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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구의 전통주를 살리자

2023-09-18

막걸리 학교를 다니면서

우리 술에 대한 자부심 생겨

전통주 제조는 민족정신 복원

대구의 전통주 되살리는데

지자체와 시민 모두 나서야

[아침을 열며] 대구의 전통주를 살리자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막걸리학교를 수료했다. 지난여름의 무더위와 장마를 뚫고 매주 금요일 저녁을 10주간이나 꼬박 바쳤다. '막걸리학교가 다 있네'라고 생각하겠지만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정식으로 우리 술 교육훈련기관으로 지정된 곳으로 전통주를 두루 교육하고 있다. 우리 술 해설사 자격증까지 취득하고자 막걸리와 같은 탁주를 비롯하여 청주, 약주, 증류주, 한국와인까지 매주 8종씩 시음하며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였다.

월드컵을 보기 전에 축구에 관한 책을 보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 나라의 역사에 관한 책을 읽어 보는 습관은 술을 마시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술을 마시면서 항상 어떤 재료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가 궁금하던 중 이번 여름에 인생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결심을 하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즐겁다는 말처럼 매 수업이 즐거웠고 새로웠다.

서점에 들러 우리의 술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사서 읽으면서 우리 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다. 흔히 사케는 엄청나게 종류가 많고 비싼 데 비하여, 우리 술은 막걸리처럼 단순하고 싼 술로만 이해하고 있지만 엄청난 오해이다. 우리는 세계적으로도 드물 정도로 다양한 술을 가진 민족이었다.

1935년 일본인들이 작성한 '조선주조사'에는 전체 가구의 약 7분의 1이 술을 제조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가양주는 생활의 일부였기에 당연히 세금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주세법이 처음 등장한 것은 일본의 주세법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일본인 메카타의 주도하에 대한제국 탁지부 법률 제3호가 만들어진 1909년이다.

조세를 통한 식민정책의 일환이었고 이로 인하여 우리의 전통주가 명맥이 끊기게 되었다. 30만이 넘던 가구에서 양조를 하였는데, 주세법 시행 후에는 영업용이 아닌 자가용 제조 면허를 낸 가구가 1926년에 대략 13만1천700곳이었다가 1929년에는 265곳으로 줄었다.

특히 1916년 소규모 양조장을 정리하고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서 우리 술 시장을 장악하려는 주세령이 시행되면서 1932년에는 단 한 곳만이 남게 되었다. 결국 조선총독부는 1934년에 와서 자가용 술 제조 면허제를 폐지하고 양조업을 기업화하면서 거둬들인 주세를 통치자금으로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712년에 작성된 일본의 '고사기'에 의하면 일본에 술을 전해준 인물은 백제의 수수보리라고 한다. 일본보다 훨씬 더 다양한 술을 만들던 한국이었다. 시간이 지나 전통주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도처에서 시도되고 있다. 필자의 고등학교 선배이신 정회철 변호사도 그런 장인 중의 한 명이시다. 변호사이자 로스쿨 교수로서의 편안한 삶을 던지고 전통주의 부활을 꿈꾸며 현재 춘천에서 '예술'이라는 상호로 전통주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주 제조는 사적인 이익이 아니라 민족정신의 복원과 계승이라는 역사를 담고 있다.

전통주를 공부하면서 대구의 전통주의 아픈 현실을 알게 되었다. 넣지도 않았는데 연꽃 향기가 난다고 해서 하향주(荷香酒)라 이름 붙인 1천100년의 전통주가 2022년 5월 경영난에 문을 닫았다. 대구시 무형문화재인 박환희 대표는 기능보유자 자격증까지 반납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문화재가 아니다. 무형문화재는 장인들의 손을 통해 천년만년 그 민족의 역사와 함께한다. 수많은 유형문화재와 유구한 역사의 무형문화재가 시민들과 함께하는 도시가 진정한 명품 도시가 아닐까 싶다. 대구의 전통주를 되살리는데 지방자치단체와 시민 모두 팔을 걷고 나서야 할 것이다.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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