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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진위 내년 지원예산 0원…지역영화 유일한 지지대 무너지나

2023-09-22

[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진위 내년 지원예산 0원…지역영화 유일한 지지대 무너지나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진위 내년 지원예산 0원…지역영화 유일한 지지대 무너지나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지역영화계 예산 삭감 소식에 술렁
'대구영화학교' 운영도 차질 빚을 듯
수도권 편중 정책방향 수정 절실
로컬시네마 존속 위해 계획 철회를


지역영화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2024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예산은 0원이다.

올해 기준으로 해당 예산은 총 12억원이었다. 2023년 영진위 예산 850억원 중 1.4%에 불과한 예산이었지만 그마저도 0원이 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서울, 경기)을 제외한 지역의 극장 매출액은 약 2천80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약 48%를 차지한다. 한국의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영화발전기금은 이처럼 각 지역에서 발생되는 극장 매출액의 3%를 부과금으로 징수해 조성하는 기금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거둬들인 영화발전기금은 약 84억원이 되는 셈이다. 하반기에도 상반기에 준하는 수준으로 기금이 걷힌다면 약 168억원이 된다. 그런 가운데 2024년 지역 영화생태계 발전을 위해 쓰도록 계획된 예산은 0원인 것이다. 물론 영화발전기금이 각 지역에서 거둬들인다고 해서 지역으로 똑같이 배분될 수는 없다. 전체 영화산업을 위해 효율적으로 잘 쓰이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예산계획은 잘 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물론 지금의 예산계획은 정부안이고, 최종적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그런데 영진위와 중앙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운용 계획을 왜 이렇게 세웠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사업은 영진위 사업 중 참여자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사업이었고, 예산 규모에 비해 이 사업을 통해 얻는 성과가 컸기 때문이다.

대구의 경우, 2019년부터 영진위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 사업'에 5년 연속으로 참여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핵심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영화학교(Daegu Film School)'를 시작할 수 있었다. 대구영화학교는 지역 대학교 영화전공 학과 부재에 따른 대안으로서, 지역의 영화 전문인력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해마다 12명의 소수정예로만 진행해 오고 있고, 졸업생의 상당수가 현재 지역 영화신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몇몇 졸업생은 대구를 넘어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졸업생 중 박재현 감독은 '나랑 아니면'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박찬우 감독은 '국가유공자'로 평창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김선빈 감독은 '고백할거야' '수능을 치려면' 등으로 정동진독립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바가 있으며, 장주선 감독은 '겨울캠프'로 올해 대구단편영화제 애플시네마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작품적 성과 외에도 대구영화학교를 통해 육성된 젊은 영화인들이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이어가며 지역 영화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인력이 늘어난 만큼 부족했던 제작인력이 충원되었고, 제작되는 영화 편 수가 따라서 증가했다. 또 그만큼 창작을 위한 지원 체계 등 여러 인프라도 더 갖춰질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지역의 청년인구 유출이 심화되는 과정에서도 젊은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대구를 떠나지 않고도 영화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 역시 생겨났다.

또 다른 사업인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은 지역영화 창작의 중요한 마중물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 제작된 영화인 감정원 감독의 '희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빌바오국제영화제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극장 개봉까지 이어져 관객들을 만났다. 또한 유지영 감독의 '나의 피투성이 연인' 역시 해당 사업을 통해 기획개발에서부터 제작까지 지원을 받아 완성된 영화로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하였고, 올해에는 동유럽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체코의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에서 영화제가 시작된 1946년 이래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는 지역을 넘어 '중앙'에서도 주목하였다. 작년에 시작된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자료원)의 '로컬시네마 기획전'의 첫 순서가 바로 대구지역이었다. 자료원은 로컬시네마를 두고 '자신이 살아가고 있음'에 집중한 확장된 개념이며, 중앙 집중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서 공감을 매개로 연결된 사람들이 모여 어떠한 결을 만들어내며 살아가는 것이 로컬이 지향하는 방향성이라고 밝혔다. 로컬시네마, 즉 지역영화는 스스로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를 확립해 나가는 과정에 있었다. 또한 지역영화는 그것이 작품으로 표출되기 전, 이미 다양한 문화적 활동의 맥락 안에서 뿌리내리고 있었다. '영화의 시대'였던 90년대 전국의 각 지역에서는 이른바 시네마테크(비디오테크)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소위 '불법' 비디오로 예술영화를 보던 시절, 대구에서는 '영화언덕' '씨네마 하우스' 등의 시네마테크 단체가 만들어졌고, 이러한 활동은 훗날 동성아트홀과 같은 예술영화관과 오오극장과 같은 독립영화관 그리고 대구단편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문화 활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말하자면 지역영화는 어느 한순간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문화적 기반 위에서 성장해왔고 그 고유한 역사를 만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지역영화'는 매우 중요한 담론이다. 수도권 쏠림, 문화 불균형, 청년 유출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화적 이슈 안에 직접적으로 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일이니 지역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정책 방향은 수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중앙과 지역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서 풀어나가야 한다. 대구를 비롯해 전국의 여러 지역의 영화인들이 힘든 가운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 노력만큼 지역의 영화환경도 점차 나아지고 있고, 다양한 방면에서의 거버넌스도 확립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무비가 지속되기 위해서라도 지역영화를 더욱 주목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흔한 레토릭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세계의 다른 영화들과 동등하게 경쟁하는 지역영화들을 봐오지 않았던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부디 지역영화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마저 거둬들이지 말길 바란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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