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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
2015년 9월22일 뉴욕 양키스 역사상 최고 포수로 평가받는 요기 베라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월드 시리즈에 14차례 출전해 최다 출장 및 최다 안타 선수로 미국 야구사에 이름을 남겼다. 1951년, 1954년, 1955년에는 최우수선수로도 뽑혔다.
요기 베라는 지도자로서도 양대 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고, 올스타에 3회 선정되었다. 그는 별명 '요기즘(Yogiism)'으로도 유명하다. 요기즘은 '명언 제조기'라는 뜻이다.
그는 가정형편 탓에 8학년(한국의 중2)에서 학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짧은 학력에도 촌철살인의 말을 많이 남겼다. "야구는 90%가 정신력이다(Baseball is 90% mental)" "모든 기록은 깨어지기 전까지는 깨어지지 않을 줄 여겨진다(I always thought that record would stand until it was broken)" 등등.
그의 명언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이다. 1973년 그가 감독을 맡고 있던 뉴욕 메츠는 내셔널 리그 동부 시리즈에서 꼴찌를 하고 있었다. 기자가 "당신 팀은 글렀어!"라고 야유했다.
이때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베라의 말 그대로 메츠는 동부 리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요기 베라의 사례가 말해주듯이, 일상생활의 언어도 얼마든지 훌륭한 예술이 될 수 있다. 말을 재미있게 하는 능력은 학력 또는 표현력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가치관의 소산이다. 그 점을 요기 베라는 증언해 주었다.
그의 말만이 아니라 현실의 모든 일은 끝나야 결과가 정해진다. 세상만사 어떤 것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인생에 '스토리'가 있는 지도자를 대중이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인류 역사가 발전할수록 비극이 발전하고, 장구한 스토리를 가진 소설이 성장하고, 서사시가 태동한 것 역시 그 때문이다. 개인의 삶이든 국가의 미래든 그것이 예정조화설에 따라 미리 정해져 있다면 무슨 재미가 있고 어떤 가치가 있겠는가.
다른 갈래의 글쓰기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소설 창작만의 교육 효과도 그 점에 있다. 본인이나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보라. 막연하게 느껴왔던 모든 것들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쓰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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