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9일까지 갤러리쇼움에서
개인전 '대구로 온 독일화가 장혁동'열어
회화의 완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 담아
장혁동 작가가 자신의 작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장혁동 'Ego 로 부터' |
장혁동 '바라보다' |
"현대인의 실존적 불안과 심리적 온도 차를 조율하고 싶었습니다."
장혁동 작가가 오는 10월29일까지 갤러리쇼움에서 개인전 '대구로 온 독일화가 장혁동'展(전)을 선보인다.
'독일화가'라는 전시명 처럼 장 작가의 작품세계는 그가 유학길에 나선 2000년 이후 독일에서 형성됐다. 20여 년 동안 독일 빌레펠트와 올덴브룩에 거주하며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에서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3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장 작가가 독일에서 살아가며 느꼈던 '이방인으로서의 괴리감'과 더불어 '회화의 완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작품에는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이 깃들어 있다. 보트 위에 홀로 선 남자, 계단 사이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그네를 타는 어린이들의 모습 등 현대인들의 생활 속 순간을 절제되고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쓸쓸해 보이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지만 무언가를 사색하게 만드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감정이입이 될 사물을 발견한 순간을 작품에 담았다. 특히 장 작가의 작품은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화면에 두고 모호한 배경처리를 함으로써 개별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포착한다. 장 작가는 "일상의 평범하고 익숙한 장면을 제시하면서도 작품을 보는 이에게 생경함을 경험하게 하려 했다. 선택적으로 더해지는 강한 색채와 터치 또는 선은 일종의 정신적 반영의 강조"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일종의 탈출구도 발견할 수 있다. 작품 속 기둥이나 물, 등이 마치 주변의 사물과 인물에 대한 환기를 일으키는 오브제 처럼 작용한다.
얼핏 보면 외국 작가의 그림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국적 정체성을 거둬낸 적은 없다. 장 작가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애써 드러내려 한 적은 없었지만, 한글에서 비롯된 한국인 고유의 터치인 '갈필'적 요소가 독일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시작에는 작품의 '완성'에 대한 장 작가의 고민이 묻어나 있다. 구상회화의 전통에 기반을 두면서도 추상회화의 정신성을 더했는데 일부 작품에서는 때때로 중간 과정에서 손을 땜으로서 생생한 데생의 맛을 끝까지 살리려 했다. 화면 전체에 의도적으로 절제된 색과 낮은 채도와 무광택에 숨겨진 감성적 언어들은 고독한 사물에 대해 사색하고 있다. 장 작가는 "학생 때 스케치를 할 때는 언제 손을 떼야 할 지 몰랐다.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작품의 완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다. 미완의 느낌이 나더라도 더 많은 이야기를 던져줄 수 있는 것이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향은 이역만리 타향인 독일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겪은 문화적 마찰과도 무관치 않다. 장 작가는 "가족과 함께 독일에서 살면서 의도치 않은 고뇌를 겪었지만, 이러한 감정이 오히려 작품세계를 넓히는데 도움이 됐다. 심리적 긴장에 숨겨진 욕망, 이방인으로서의 괴리감,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 등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김종근은 "장혁동이 건네는 메시지의 중심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공허한 삶과 자화상 탐구가 있다. 특히 그의 작품에는 인간에 대한 경외가 담겨 있고 거짓이 없기에 힘을 느낄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장혁동은 안동 출생으로 안동대 미술학과와 동대학원 미술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독일 빌레펠트대 조형학과를 졸업했다. 서른 살 즈음 독일로 이주했으며, 2006년 정헌메세나 작가상을 수상했다. 유럽을 주 무대로 활동을 펼쳐왔지만, 국내에서도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선보이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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