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31005010000455

영남일보TV

[이재윤 칼럼] '나쁜 물갈이'엔 저항하라

2023-10-06

[이재윤 칼럼] 나쁜 물갈이엔 저항하라
논설위원

가까운 지인들의 추석 밥상이나 연휴 SNS 주 화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 지지'와 '4·10 총선 여당 승리'였다. 그중 밑찬처럼 빠트리지 않는 얘깃거리가 'TK 물갈이'. 정치 고(高)관여 보수층일수록 물갈이 주장이 거셌다. 가끔 'TK의 정치적 리더십 회복'이란 평소 생각을 간 보듯 풀면 어색한 침묵만 흘렀다. '총선 물갈이'와 'TK 리더십 회복'. 분명 상충하는 요소가 있다. 그렇다고 둘 중 하나의 선택은 아니다. 그 공존의 방정식을 찾는 게 22대 총선 TK 공천의 이상적 솔루션이다.

왜 갑자기 'TK 리더십 회복'일까. 지역 연고 국회의원이 20~30명이나 되지만 모래알 같다. 모래알의 생존 법칙은 '각자도생'. 가까이는 유승민, 이준석 같은 인물이 있지만, '중심'이 되기보다는 '개인기'에 의존해 전국구급(級)으로 성장했다. 이들이 어려울 때 어찌했는가. 동지애는커녕 눈치 보며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홍준표·이준석이 뜬 100만 축제 대구 치맥 페스티벌에서 사라진 선량들. 코미디 같은 그 장면이 TK 정치권의 현주소다. 뒷골목 주먹 세계의 의리나 배짱조차 없다. TK 정치권을 하나로 뭉칠 만한 강한 그립감(grip感)의 소유자들이 사라졌다. 밀어줄 만한 대권 주자도 보이지 않는다. 권력을 잉태할 수 없는 건 정치적 불임이다. 잃어버린 TK 정치 10년, 그 근저엔 '리더십 부재'가 있다.

이번에도 '싹쓸이 당선'에 자족할 건가. 잠시 행복감에 젖는 모르핀 주사 한 방과 진배없다. "올라가서 한마디도 못 하고 동네에서만 갑질하는 국회의원은 구의원이나 시의원 하는 게 맞지 뭐 하러 국회의원까지 하냐"(홍준표 대구시장)는 거친 힐난에도 '조용~'한 건 심각한 '중독 부작용'이다. TK 정치 체질 강화는 지체할 수 없는 과제다. 22대 총선을 계기로 'TK 정치권 리빌딩(rebuilding)'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리빌딩은 'TK의 보편성 회복'과 '정치적 섬으로부터의 탈출'을 뜻한다.

재건축 설계의 핵심 장치가 '리더십 회복'이다. 이게 선행돼야 리빌딩도, 보편성 회복도, 섬 탈출도 가능하다. 보수 본산이라고 치켜세우는 '말뽕'에 취해 TK 스스로 극단의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선 안 된다. 정치적 섬으로서의 자족감만 키울 뿐 보편성 회복과는 멀어지는 행태다. 이번에도 '비(非)TK 그룹'이 TK 공천을 주도할 게 자명하다. 그런데도 복지안동(伏地眼動)만 할 텐가. 좋은 물갈이의 물꼬는 당연히 터야 한다. 공정한 경선이 'TK 공천은 TK가 하라'는 명제에도 맞는다. 그러나 나쁜 물갈이에는 저항해야 한다.

'보수 본산'이란 TK에서 다선의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가지는 정치적 함의는 크다. 권력 경쟁에서 다분히 '위협적 존재'다. 그래서 될성부른 TK 떡잎은 싹부터 자르는 공천 장난이 이어졌다. 보수 본거지에 괜히 거목을 키워 긁어 부스럼 만들기보다 '온실 속 화초'만 가꾸는 게 안전하다고 여겼던 걸까. 중진이 수두룩한 PK(3선 8명, 5선 3명)와 차별된다. '물갈이'와 '리더십 회복', 공존의 방정식은 없는가. '초선 3분의 1, 재선 3분의 1, 3선 이상 다선 3분의 1'이 가장 베스트 조합이라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견해가 답에 가까워 보인다. 논설위원

이재윤기자

기자 이미지

이재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