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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미술 작품의 가치와 가격

2023-10-10
김민석(대구화랑협회 총무이사)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까운 지인이 필자에게 미술 작품 구매를 의뢰했다.

큰 평수의 집으로 이사하게 되어 빈 벽에 어울릴 만한 적당한 사이즈의 작품을 걸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을 원하는지 물었더니, 크기는 가로세로 약 1m 정도였으면 좋겠고, 가격은 200만 원 이내의 인기 작가 작품이면 좋겠다고 하였다. 순간 나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웃음이 나서 장난스레 핀잔을 줬다. 여기까지의 이야기에 어떤 독자는 나처럼 웃음을 지었을 것이고, 어떤 독자는 '왜? 뭐가 문제지?'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웃음이 났던 이유는 사실 인기 작가의 큰 작품을 저 금액에 구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지인은 지금까지 미술 작품을 구입해 본 경험이 없었고, 평소 아트페어 같은 미술 행사를 관람한 적도 없었기에 미술 작품의 가치나 시세를 잘 알지 못해서 할 수 있는 얘기였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미술 작품의 가치를 정의하고, 그 가치에 합당한 금액을 정하는 것은 갤러리를 운영하는 필자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가치'라는 것은 추상적이라 물질의 질량처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 지극히 개인의 주관적인 관념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물질적 개념의 '가격'과 연결 짓는 것 또한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술 작품에는 엄연히 가격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나름의 기준으로 가격에 질서라는 것이 정립되어 있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억만금을 줘도 못 바꾼다'고 하는 가치의 대상들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그것이 물건일 수도 있고, 정신일 수도 있으며, 기술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극히 개인적인 가치에 불과한 것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경제 논리 측면에서 수요공급의 법칙을 작용받게 되고, 그것이 결국 가격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런 이유로 근현대 사회에서 미술 작품에는 순수한 예술적 가치를 넘어서 투자 가치 또한 부여되어 그것이 작품 가격을 정하는 또 하나의 지표가 되었다. 개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모여 집단적 공유 가치로 바뀌면서 미술 작품의 가격은 주식처럼 가파르게 오르기도 하고, 정체되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면서 살아 움직이게 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미술 부흥기의 바람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미술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서 이처럼 작품 구입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 미술 시장의 규모는 더욱더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미술 작품의 첫 컬렉션은 개인의 주관적인 선택일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점을 필자는 말해주고 싶다.

김민석(대구화랑협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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