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연재하며 촌철살인의 필치로 명쾌한 고발
특유의 해학과 풍자로 '이번 주 시사만화' 단골 선정
중앙일보 연재한 '왈순아지매'도 대표작
정운경 화백 |
영남일보에 4컷 시사만화 '쏘가리'를 연재했던 정운경 화백이 12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5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정 화백은 동국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뒤 시사만화가의 길을 걸었다. 영남일보 복간 후 '쏘가리'를 처음 선보여 14년간 총 3천872회를 연재했다.
첫 연재를 시작하며 정 화백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쏘가리는 민물고기로 하천상류의 맑은 물속에 산다. 탁하고 오염된 물이나 분위기에는 생리적으로 거부감을 나타낸다. 권력 상층부로부터 사회 밑바닥까지 탁류처럼 흘러넘치는 작금의 세태 그 와중에 쏘가리가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궁금하다. 바라건대 하루 일과에 지친 여러분들이 찾아드는 대폿집 술상에 항상 화제가 되는 쏘가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화백이 소망했던 것처럼 '쏘가리'는 언제나 나태하지 않고 사회 구석구석의 부정과 부패, 비리를 찾아내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필치와 명쾌한 터치로 독자들에게 고발했다. 때로는 갖가지 압력과 회유도 있었지만 절대 굴하지 않았다. 항상 독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를 작품에 녹여냈기 때문에 그의 소망대로 평범한 샐러리맨 쏘가리는 대폿집 술상에서 서민들의 울분을 대신 삼키는 카타르시스가 됐다.
'쏘가리'는 특유의 해학과 풍자를 전국적으로 인정받아 시사주간지들이 매주 선정하는 '이번 주 시사만화' 등에 단골로 선정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정운경 화백은 4컷 만화 쏘가리를 연재하기 직전인 1989년 7월부터 한컷 짜리 '영일만평'을 맡으면서 영남일보 독자들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쏘가리와 영일만평을 동시에 연재하면서부터 독자들과 더욱 친숙해졌다.
정 화백의 또 다른 대표작은 중앙일보에 장기연재 한 4컷 시사만화 '왈순아지매다. 순박하고 억척스러운 살림꾼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빈소는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조문은 14일부터 받는다. 발인은 16일.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백승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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