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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돈·안 쓸 돈 '기준' 확실히 해야…비고정지출 관리가 핵심

2023-10-25

고물가시대 대처법 〈하〉…현명한 소비 길잡이 '가계부'

대구 달서구 거주 주부 이슬비씨가 지출 메모장을 보며 가계부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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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에서 빠져 나가는 월급이 많아진 것은 결국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서다. 계획하지 않은 소비도 과지출을 불러왔다. 고물가 시대에 가계부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가계부를 '야무지게' 쓰며 합리적인 소비를 모색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가계부 앱을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매일 꼼꼼하게 사용액 기록
패턴 파악 후 기준 설정 필수

가계부 非고정지출 항목 옆
감축 목표 설정해 두면 도움

엑셀 그래프 기능 활용하면
전월 대비 지출액 파악 쉬워


◆'용돈 기입장' 일상이 된 가계부 쓰기

가계부를 쓰고 있는 주부 이슬비(34)씨는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렸다. 이씨는 어머니가 가계부 쓰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저녁 식사 후 항상 가계부를 정리하는 모습을 봐 왔기에 가계부 쓰기가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이씨도 어릴 적부터 엄마 옆에서 '용돈 기입장'을 썼다. 받은 용돈과 쓴 돈, 남은 돈만 간단하게 정리했다. 이씨의 첫 가계부인 셈이다. 이씨의 가계부 쓰기는 결혼 후에도 이어졌다. 남편이 사업을 했던 터라 수입이 일정하지 않았기에 가계소득 관리는 더욱 철저해졌다.

이씨가 생각하는 가계부는 '현명한 소비를 위한 길잡이'다. 현실적으로 돈을 안 쓸 순 없다. 돈을 계획적으로 쓰기 위해선 기준부터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그 기준을 만들어주는 게 바로 '가계부'다. 가계부는 자신의 소비를 분석하고 지출을 계획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각자의 수입과 경제관이 다르기에 일괄적 기준은 제시할 수 없다. 자신만의 가계부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가계부 어떻게 써야 하나

가계의 소득은 제한적이다. 가계마다 소득이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때로는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소득 안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지출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정지출보다 '비고정지출'을 잘 관리해야 한다. 대출상환금·보험비·관리비·공과금 등 고정지출은 스스로 의지로 줄일 수 없다. 하지만 식료품·외식비·미용비·취미 등 여가비는 가계부 쓰기를 통해 충분히 줄일 수 있다. 매월 초 비고정지출 항목 옆에 '감축 목표'를 설정해두면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30%, 50%를 줄이겠다는 마음보다 단 1%라도 꾸준히 줄여가는 게 포인트다.

일단 돈을 쓰면 수첩이나 다이어리에 깨알같이 메모해 둔다. 지출이 생길 때마다 어디에 돈을 썼는지 적는 것이다. 이후 '엑셀 가계부'에 기입한다. 엑셀 가계부는 월 결산이 쉽다. 그래프를 활용하면 전월 대비 돈을 얼마나 줄였는지, 혹은 더 썼는지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지출항목 옆에는 그날의 감정도 함께 적는다. 기분이 좋지 않아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샀다면 '어떤 일로 화가 나 충동구매 했다'라는 식으로 짤막한 설명을 달아둔다. 기분이 좋을 때, 화가 났을 때, 슬펐을 때 어떤 소비를 하는지 알게 되면 충동구매를 줄일 수 있다.

가계부를 오래 썼지만 완벽하게 쓰려고 안간힘을 쓰지는 않는다. 단 1원의 오차도 없이 쓴 돈을 모두 적으면 좋겠지만, 사실 가계부를 쓰다 보면 빠지는 지출도 많다. 그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제풀에 지쳐 가계부를 쓰기 싫어지게 된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계부가 아니다. 내가 보는 가계부다.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게 중요하다.

◆"생활비 수준을 정해야"

이슬비씨는 결혼하면서 장만한 아파트 대출상환금을 제외하면 200만원가량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 각종 보험료와 공과금·통신비·교육비 등 고정지출이 100여만 원이고 식료품·외식·미용 등에 100만원가량 들어간다. 아기가 생기니 지출이 많이 늘어났다. 갑작스럽게 돈을 써야 하는 비상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 경조사가 많은 봄과 가을이면 더욱 그렇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매달 생활비에서 10만원씩 빼 따로 모아둔다. 이 돈은 웬만해선 사용하지 않는다. 한번 돈을 빼 쓰면 계속 쓰고 싶어진다.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생기면 '특별지출비'라고 적어둔다. 연말 특별지출비를 결산한다. 다음 해 나갈 특별지출금액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지출비' 관리 방법은 어머니에게 배웠다. 어머니는 지금도 특별지출비 통장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이씨는 "아끼고 모은 돈을 재테크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했다. 괜히 투자했다가 손실이 날까 봐 저축만 하고 있다. 이씨는 "허리띠를 졸라매며 모은 돈인데 섣부르게 투자했다가 돈을 날리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웃었다. 주로 이자율이 높은 정기예금 위주로 저축하고 있다. 재테크의 정답은 아니지만, 아끼고 모은 돈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

글·사진=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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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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