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작가의 첫 역사 추리소설
최소 세 권으로 기획된 시리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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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통일신라시대의 수도 금성을 배경으로, 왕실의 서기로 일하는 설자은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남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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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지음/문학동네/296쪽/1만6천800원 |
'시선으로부터,'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정세랑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정세랑은 순식간에 빠져드는 흡인력 있는 전개와 사랑스럽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 읽는 이를 빈틈없이 감싸 안는 온기 어린 시선으로 독자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아온 작가다. 2020년 그의 대표작 '시선으로부터,'는 모계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삼대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해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고, 같은 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또한 숱한 화제를 낳으며 스토리텔러로서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신작은 본격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다. 정세랑이 펴내는 첫 역사소설이자 첫 추리소설이면서 '설자은 시리즈'의 1권이다. '설자은 시리즈'는 통일신라시대의 수도 금성을 배경으로, 왕실의 서기로 일하는 설자은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최소 세 권으로 기획된 시리즈로 2권 '설자은, 불꽃을 쫓다'(가제), 3권 '설자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가제)가 이어서 출간될 예정이다.
1권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내부 갈등이 끊이지 않는 통일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 번 본 것은 결코 잊지 않는 두뇌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을 간파하는 비상한 추리력을 가진 '설미은'은, 여자로 태어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하지만 당나라 유학이 내정될 만큼 명석했던 오빠 '자은'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삶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가족을 휩쓴 수많은 죽음 때문에 셋째였지만 맏이가 된 큰오빠 '호은'이 가문을 되살리기 위해 비범한 능력을 지닌 미은을 이용하기로 한 것. 호은의 책략으로 미은은 본래의 이름을 버리고 죽은 오빠 '자은'의 이름으로 당나라 유학길에 오른다. 그렇게 성인이 될 때까지 숱한 고비를 넘기며 공부를 마친 설자은은 다시 자신의 고향, 신라의 수도 금성으로 돌아온다.
소설은 설자은이 금성으로 돌아온 뒤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을 식객으로 들여 함께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해결하다, 왕의 눈에 들어 월지에서 열린 연회에 초대되는 과정까지를 그린다.
소설 속 주인공 설자은은 '신라 탐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특히 사람의 내면을 깊이 헤아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탐정들과 설자은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따뜻한 마음'이다.
설자은 외에도 소설 속에는 매력적인 인물들로 가득하다.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능청을 떨지만 부탁한 건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손재주를 지닌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을 비롯해 뛰어난 머리를 지녔지만 어딘지 한군데가 고장 난 듯한 윤리관을 지닌 설호은, 산학에 능하며 반듯한 균형 감각을 가진 설도은은 정세랑 특유의 생동감 있는 캐릭터다. 또 누구보다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섬세하면서 강인한 마음을 지닌 산아, 그리고 보는 이를 공포에 질리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왕까지, 개성 강한 인물들이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우러져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작가 정세랑은 이번 소설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작품의 배경은 1300년 전 과거지만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 현재의 우리를 비춰보며 그 시대의 사건들을 지켜볼 수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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