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둔 수험생 각양각색 모습
자녀들 바라보며 눈시울 붉히는 학부모도
펜데믹 이후 다시 살아난 '선후배 응원문화'
16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24지구 14시험장인 대구여자고등학교 교문으로 수험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
16일 오전 대구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들을 위해 고교 교사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
16일 오전 7시부터 입실이 완료되기까지 대륜고 앞에서 대륜고 2학년 학생들이 선배들을 응원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
16일 오전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이 현장 교통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대륜고 수험장을 방문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
코로나19 엔데믹 후 첫 수능이 치러진 16일. 대구 지역 각 시험장 앞은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한 학부모·재학생 등으로 가득했다. 3년 간 사라졌던 수능 시험 단체 응원전에선 학부모와 교사, 후배들 모두 각자 방식으로 수험생의 긴장을 풀어줬다.
◆수능 앞둔 수험생들 "너무 떨려요"
이날 오전 7시 대구시 교육청 24지구 제14시험장인 대구시 수성구 대구여고 정문 앞은 수험생 발길로 북적였다. 긴장한 얼굴로 수험장으로 향하는 수험생들 사이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수험생도 눈에 띄었다.
김채현(19)양은 "며칠 전까지는 많이 긴장되기도 했는데, 막상 (수능) 당일이 되니 잡 생각이 다 사라졌다"며 "잠도 푹 잘 잤다. 긴장하지 않고, 집중해서 실수만 하지 말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채은(19)양은 "오늘이 벌써 수능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긴장해서 잠도 못잤다"면서도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다. 집중해서 할 수 있는 데 까지 해보고 싶다"고 했다.
수험장에 오는 방식도 각양각색이었다. 일부 수험생은 아침 일찍 대중교통을 타고 한 손에 수험표를 든 채 수험장으로 걸어갔다. 부모님의 차를 타고 수험장에 도착한 수험생은 급하게 차를 정차해 놓고 포옹을 나눈 후 수험장으로 향했다. 가방 대신 얇은 노트와 필기도구만 챙긴 수험생도 있었다. 일부 수험생은 '요약노트'를 손에 들고 마지막 순간까지 공부하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이곳에선 신분증·수험표 등을 놓고 오거나, 지각한 수험생은 없었다. 한 수험생은 입실 시간(8시10분)을 4분여 남겨두고 헐레벌떡 뛰어 들어가기도 했다. 8시 10분이 되자 학교 정문은 굳게 닫혔고, 2024학년도 수능이 시작됐다.
한편,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수능과 관련한 112 신고는 총 20건이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이송 요청이 9건으로 가장 많았고, 교통불편 6건, 시험장 착오 3건, 수험표 관련 2건 등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40분쯤 달서구 상인고가교에서 차량 정체로 인해 시험장 입실이 늦을 것 같다는 수험생 신고를 접수한 뒤, 순찰차를 이용해 시험장(효성여고)까지 이송했다. 또 오전 8시4분에는 달서구 성서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 3명을 '와룡고로 태워달라'는 신고를 접수한 뒤 이송했으며, 대륜고 앞에선 도시락을 놓고 수험생에게 이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신분증·수험표 등을 휴대하지 않은 수험생들에게도 가족 등의 연락을 받고 이를 전달했다.
◆ 우리 아들·딸 모두 파이팅!
수능 당일 대구 각 시험장 앞은 추운 날씨에도 수험생 자녀를 향한 학부모들의 따듯한 응원이 이어졌다. 수험생들의 손을 잡고 함께 수험장으로 향하는 학부모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수험장 앞에서 진한 포옹을 나누는 학부모부터 자녀와 즐겁게 사진을 찍는 학부모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수능을 앞둔 자녀들을 격려했다. "그동안 고생했어", "긴장하지 말고 평소대로 하고 와. 사랑한다"며 자녀들 다독이다 눈시울을 붉히는 학무모도 있었다.
멀리서부터 아들의 팔짱 꼭 끼고 정문에 도착한 경북고 김동하(19)군의 어머니 A씨는 "우리 동하가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눈물이 난다. 늘 하던 대로 스스로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김군은 "늘 하던 대로 모의고사라 생각하고 시험에 응하겠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며 어머니를 안아줬다.
자녀가 입실한 뒤에도 한참 동안 교문 앞을 서성이는 학부모도 있었다. 자녀와 함께 수험장에 온 한 아버지는 자녀가 입실하고 한참을 수험장 주변에 서성였다. 자녀를 위해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학부모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시험 때보다 더 떨린다고 입을 모았다. 권소영(53·여)씨는 "아침에 긴장하지 말라고 말해 줬는데 내가 더 떨리는 것 같다"며 "실수하지 말고 잘 보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이들은 학부모뿐만이 아니었다. 수험생의 형제자매는 물론 키우는 반려견과 함께 온 가족도 있었다. 한 수험생의 오빠는 동생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웃으면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한 가족은 수험장 앞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마지막까지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 다시 돌아온 '수능 응원'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사라졌던 선·후배간 응원 문화도 일부 살아난 모습이었다. 대륜고 2학년생 9명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수험장에 도착해 선배들을 응원했다. 대륜고 윤희창(17)군은 "수능이라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 선배들을 응원하고 싶어 아침 일찍 나왔다"며 "내년 1년동안 열심히 해서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수험생들보다 먼저 수험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각 학교의 고3 담임교사들이었다. 교사들은 '수능 대박'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핫팩·초콜릿 등이 들어있는 봉투를 건내며 격려했다. 멀리서부터 제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교사에게 학생들은 "선생님이 왜 여기 계세요?"라고 묻자 교사들은 "너 보러 왔지!"라며 등을 토닥였다. 일부 교사들은 포옹하면서 "내 기운을 받아가라"고 했다.
류정민(45) 대구중앙고 교사는 "시험은 제자들이 치는데 제가 사흘 전부터 잠을 못 잤다. 시험을 치는 제자들을 보면 반가우면서도 마음이 짠해진다"며 "꼭 시험 잘 보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현석(47) 경신고 교사는 대륜고에서 시험을 치는 제자들을 한 명씩 안아줬다. 수험생들은 선생님과 온기를 나누며, 긴장이 풀린 모습이었다. 연 교사는 학생들에게 "늘 하던대로 하고, 포기하지 말고, 수능이 끝나도 정시 원서 넣을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니까 끝까지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륜고 수험장에는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이 직접 찾아 교통상황을 둘러보는 등 경찰관들이 이른 아침부터 특별 교통관리에 나섰다. 경찰들은 수험생들이 교통 문제로 인해 수험장에 늦게 도착하는 일이 없도록 교통 관리에 힘썼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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