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역할한 콜럼버스 기사단 소속 미국인
중구 요셉의집서 간식, 겨울나기 물품 전달
"크리스마스에 외로움 느끼지 않기를"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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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오전 10시 40분쯤 미국에서 온 칼 텀보우(65)씨가 산타 복장을 입고 대구 노숙인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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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오전 10시 40분쯤 대구 중구 '요셉의 집' 앞에서는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온 사람들이 긴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다. |
"어 산타네!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절인 25일 오전 10시 40분 대구 중구 교동에 있는 요셉의 집 앞에는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으러 온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70대 노숙인 A씨는 "날씨도 추운데 밥도 먹고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려고 왔다. 성탄절이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여기 말고 딱히 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요셉의 집에는 모두 195명이 무료급식을 받았다. 주로 노숙인·쪽방 거주민들로 집에서 밥을 해 먹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다.
성탄절 특식으로 불고기·생선가스·시금치·미역국 등이 제공됐다. 급식을 순서대로 받은 사람들은 코로나 등 질병이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식탁 한쪽만 사용해 식사했다.
특히 성탄절을 맞아 파란 눈의 '산타'가 등장해 깜짝선물을 준비했다. 선물 꾸러미에는 라면, 바나나 등 각종 간식과 장갑, 양말, 핸드크림, 핫팩 등 노숙인들을 위한 겨울나기용 물품이 담겼다.
산타 역할을 위해 미국에서 온 칼 텀보우(65)씨는 "내가 속한 콜럼버스 기사단(가톨릭 우애 신심 단체)이 대구지역 노숙자분들을 후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특별히 산타 복장을 하고 선물을 나눠주기 위해 왔다"며 "크리스마스에 가족이 없다면 매우 외로운 날일 수 있다. 그분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무료급식소를 들어서며 산타를 발견하자 어린아이처럼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했다. 쪽방 거주민 B씨는 선물을 받고 "쪽방에 같이 사는 친구가 있는데 병에 걸려 함께 오지 못했다. 혹시 선물을 2개 가져가도 괜찮겠느냐"고 묻자, 자원봉사자들은 "당연히 괜찮다"며 선물 꾸러미를 하나 더 챙겨 전달했다.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 장병귀(76)씨는 "노숙자들은 신용불량자이거나 취업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다. 성탄을 맞아 따뜻한 밥을 먹고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고오근(62)씨는 "무료급식 봉사를 위해 경산에서 왔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한다"며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요셉의 집 아가다 책임 수녀는 "급식뿐만 아니라, 필요한 사람들에게 반찬도 나눠주고 있다"며 "연말을 맞아 날씨도 추운데, 대구 지역 불우 이웃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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