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련병원 전공의 90% 집단 진료거부
사태 장기화 우려…"이번 주말,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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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계획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8천8백16명(20일 오후 10시 기준)에 달하며 의료계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21일 오후 대구의 한 대학병원 앞 횡단보도 신호등에 '멈춤' 표시등이 들어와 있다. 영남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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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거점 국립대 교수들이 25일 정부과 의료계는 즉시 공식 대화를 시작하고 현실적인 의과대학 증원 정책을 세워달라고 촉구하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휴일인 25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점심밥을 손에 든 채 불꺼진 외래진료 병동 내부를 이동하고 있다.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간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4·25일 대구지역 의료 현장은 불편과 혼란으로 이어졌다. 전공의 부재로 상급종합병원에 가지 못한 환자들이 몰린 2차 병원에선 과부하에 걸렸다.
25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 동산병원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주차장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이는 전공의 집단행동이 지속되면서 환자들이 대학병원 대신 종합병원 같은 2차 병원으로 발길을 옮겼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2차 병원 응급실은 주말 동안 환자를 실어 옮기는 119구급대원과 직접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겹쳐 혼란이 가중됐다.
지난주엔 급성 복통(소장 괴사)을 호소한 60대 환자는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찾았지만, 수술할 의사가 없어 인근 2차 병원으로 옮겨 겨우 '장절제술'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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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지 이틀째인 21일 대구 남구 한 대학병원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영남일보DB |
이 가운데 정부의 복귀 명령에 이탈했던 전공의 일부는 돌아오기도 했지만, 다시 환자 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전공의가 의사 인력 30~40%를 차지하는 대학병원은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응급실 입구에서 만난 A씨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해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집단행동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집단 행동을 하더라도 진료는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마음이 더 무겁다. '소아과 오픈런'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소아과 의사 부족 현상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전공의 집단행동까지 겹쳐지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5·8살 자녀를 키우는 B씨는 "어린 자녀가 밤에 고열을 호소하면 큰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며 "현재 분위기라면 병원을 어디로 갈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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