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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경북 고령 봄나들이…꽃향기 따라, 대가야 발자취 따라 봄맞이 가자

2024-03-29

강정리 봉화산 전망대 벚꽃 명소
금산재 구름다리 오르면 멋진 조망
대가야수목원 다양한 볼거리 갖춰
29~31일 고령대가야축제도 가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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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야수목원은 경사진 산 사면을 따라 넓고 길게 펼쳐져 있다.

쭈그려 앉아 봄까치꽃을 들여다본다.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는 조그맣고 푸른 꽃. 딱 하루만 산다는 봄까치꽃은 너무 여려서 살짝만 스쳐도 꽃잎이 떨어진다는데, 그런데도 이 푸른 꽃은 사람의 손길이 자주 미치는 땅을 좋아한단다. 슬프고도 용맹한 아이다. 땅바닥에 바싹 붙어 자라는 광대나물은 스르르 일어나 자주색 꽃을 피우고는 토끼가 귀를 쫑긋 세운 모양새로 봄의 소리를 듣는다. 꽃대마다 작은 꽃들이 닥지닥지 붙어서 피어나는 노란 꽃다지, 떨어져 내린 매화 꽃잎 같은 봄맞이꽃, 좁쌀만 한 크기의 꽃들이 송이모양꽃차례로 피어난 꽃마리, 앙증맞은 것들이 무더기로 피었다. 또 저기 앙증맞은 것들의 무더기는 냉이꽃이다. 하얀 냉이꽃이 온 몸으로 말한다.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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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전망대. 대가야 시대에는 산성이 있었고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었다.

◆성산면 강정리 봉화산전망대

마을 첫 집의 낮은 담장에 장미넝쿨이 가득하다. 튼실한 줄기와 큼직한 가시가 여름을 기대하게 만든다. 두 번째 집은 큼직한 공장이다. 소음이 흘러나오는 모퉁이에 벚나무 한 그루 시원찮다. 오물대는 몇몇 꽃송이 속에서 '봉화산 전망대' '여기는 낙동강과 벚꽃이 아름다운 강정리입니다'라는 안내판을 본다. 고개를 슬쩍 돌리기만 해도 보인다, 봉화산. 100m 정도 높이의 낮은 산이지만 낙동강 변 강정들에 쑥 솟아 제법 돌올하다. 공사 중인 산사면 위로 하얀 전망대가 보인다. 12번 고속도로를 달릴 적마다 궁금했던 바로 그 건물은 전망대였다.

마을을 관통해 간다. 꺾이는 골목마다 이정표가 있다. 순하디 순한 백구가 사는 집을 지나고 대나무 숲을 지나면 가파른 산길이다. 몇 송이 수선화와 봄까치꽃과 민들레와 광대나물 꽃과 꽃다지와 꽃마리와 제비꽃과 냉이꽃을 만나고 눈을 마주치고 스치는 길이다. 미끈한 나신의 배롱나무 몇 그루가 산정의 정원을 만들고 있다. 길가에는 조팝나무의 흰 꽃이 하나둘 밝고 산수유는 환하게 노랗고 박태기나무는 듬성듬성 꽃분홍색을 내비친다. 오르막의 오른쪽은 낙동강으로 떨어지는 절벽이다. 그 낭떠러지에 벚나무가 빼곡하다. 꽃은 이제 피기 시작해 아직은 강물이 보인다.

전망대에 오른다. 낙동강과 88고속도로낙동강교가 바로 눈 아래다. 남쪽으로 대구 현풍과 고령 개진읍을 잇는 박석대교가 보이고 서쪽에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통과한다. 교통의 요지다. 이는 곧 과거 군사적 요충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이곳은 낙동강을 사이에 둔 대가야와 신라의 접경지였다. 이곳에 대가야 시대 산성이 있었고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말 엉디 산'이라 했단다. 이를 한자로 옮기면서 말응봉(末應烽) 또는 말응덕(末應德)이라 표기했다. 지금 산은 봉화산(峰火山), 전망대는 봉수대를 상징한다. 그래도 위성사진을 보면 씩 웃게 된다. 말 엉디, 딱 닮았다. 봄이면 말 엉디 산은 벚꽃으로 뒤덮인다. 오는 주말부터 완연한 개화가 시작되어 4월 초면 만개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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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재 구름다리에서 본 고령 대가야읍. 회천과 읍내가 한눈에 보이고 지산동고분군까지 조망된다.

◆성산로 금산재

강정리에서 성산로를 타고 고령 대가야읍으로 간다. 성산로는 논공의 위천삼거리에서 시작되어 성산면을 동서로 가로지른 뒤 금산재를 넘어 고령 대가야읍의 회천교 북단 헌문교차로에서 끝나는 12.8㎞의 도로다. 동고령로 개통 전에는 26번 국도의 일부였고 대구에서 고령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군데군데 대가야 축제 안내판이 놓여 있다. 29일 금요일부터 31일 일요일까지 벚꽃시즌에 맞춰 열리는 축제다. 성산면의 번화가가 끝날 즈음 축제장으로 인도하는 안내판은 동고령로로 올라서라고 하지만 옛길을 따라간다. 길은 벚나무 가로수 길이다. 가로수가 보이지 않는 자리에는 병아리 떼처럼 종종대는 개나리와 땅을 들썩이는 들과 사람들의 조용한 거처가 펼쳐진다.

그러다 금산재 초입부터 벚나무들은 매우 대단해지는데 고개 너머 대가야읍 목전까지 내내 대단하다. 금산재는 대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고령으로 왕래하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또한 재만 넘으면 고령분지였으니 방어를 위한 요지였다. 그래서 비단처럼 아름다운 산 금산은 망보는 산이라 하여 망산이라고도 불렀다. 고갯마루 하늘에 구름다리가 걸려 있다. 다리 위에 오르면 북쪽으로는 고령 읍내가 훤하고 남쪽으로는 회천이 환하다. '회천'은 냇물이 모인다는 뜻이다. 가야산에서 시작된 대가천과 안림천이 하나 된 것이 회천이다. 지역 사람들은 '모듬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부른다. 회천은 대가야읍 앞을 지나 남쪽으로 훠이훠이 전진해 합천 덕곡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역시 지금도 망산이고 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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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앙상하거나 허전한 수목들이 대부분이지만 놀라운 자태로 꽃을 피우고 있다.

◆대가야 수목원

금산재 잿마루에서 내려가는 길 왼편은 대가야수목원이다. 길가에 '낙동강유역 산림녹화비'가 서 있고 조금 더 내려가면 수목원 입구다. 수목원 입구 수양 벚나무가 꽃을 피웠다. 산자락의 벚나무들도 퐁당퐁당 꽃을 피웠다. 아직 앙상하거나 허전한 수목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직 목련이 피어 있고 자목련은 꽃봉오리가 단단하고 수양 매화가 놀라운 자태로 꽃을 피우고 있다. 옛날 이곳은 매우 황폐했었다 한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 그리고 홍수 때문이었다. 치산(治山)을 위해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 1973년, 2004년부터는 기념관과 분경분재관, 폭포 등을 만들고 조경을 하는 등 휴양 문화시설을 확충해 나갔다. 그리고 2007년, 기념할 수 있을 만큼 숲은 푸르러졌다.

수목원은 경사진 산 사면을 따라 넓고 길게 펼쳐져 있다. 그 속에 벚나무 숲길, 암석원, 미로원, 철쭉동산, 무궁화동산, 야생화단지, 산림녹화 기념관, 연못, 물놀이 시설 등이 자리하고 등산로와 판석의 산책로, 나무 데크 길 등이 두루 어우러져 있다. 멀리 금산재 고갯마루의 구름다리가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몇 그루 꽃 피운 벚나무와 산수유나무를 지나고 금산폭포도 지나면 산길을 따라 구름다리까지 갈 수 있다. 금산폭포에 폭포는 없는데 물소리 들린다. 이제 숲은 매일 조금씩 깨어난다. 암석원의 봄까치꽃들 사이에 복슬복슬한 할미꽃이 피었다. 조그맣고 푸른 봄까치꽃은 할미의 얼굴을 마주 보며 매일 매일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 할미의 슬픔을 모르는 말간 얼굴로.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대구에서 5번 국도를 타고 화원, 옥포 지나 위천삼거리에서 오른쪽 성산, 동고령IC 방향으로 빠져나간다. 성산로를 따라 약 2km 직진하면 오른쪽에 강정리 봉화산 안내판이 커다랗게 자리한다. 마을 입구에 커다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마을을 관통해 10여 분 올라가면 봉화산전망대다. 골목골목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성산로를 타고 계속 직진하면 금산재를 넘어가게 된다. 고개를 완전히 넘으면 회천과 고령 대가야읍이 훤히 보이고 회천교 다리 건너기 전 왼편에 입구가 있다. 대구 서문시장이나 서부정류장에서 606번 버스를 타면 성산로를 타고 가게 된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동고령IC에서 내리면 바로 성산면 소재지 한가운데 성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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