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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수집노인 교통안전 위해 반사지 부착…정작 그들이 원하는 지원책은?

2024-04-16

15일 대구 남구서 교통안전위해 반사지 부착
"교통안전과 함께 생계 유지위한 지원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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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수집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대구 남구청과 남부경찰서가 15일 오전 대구 남구 봉덕동 명성자원에서 안전표시 반사지를 손수레에 부착하고 있다.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대구 남구가 폐지 수집 어르신들을 위한 교통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을 위해선 보다 본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오전 11시쯤 대구 남구 봉덕동에 있는 한 폐자원 재활용센터에는 어르신 5명이 우산을 들고 각자의 손수레 앞에 서 있었다. 남구청과 남부경찰서 직원들은 폐지 수집 어르신들이 매일 아침 끌고 다니는 손수레에 반사지를 부착했다. 또 도로 횡단 시 운전자들의 눈에 쉽게 띌 수 있는 야광조끼 지급과 교통안전 교육도 함께 했다.

이날 남구청과 남부경찰서 직원들이 현장으로 나온 것은 최근 한 폐지수집 어르신이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7일 오전 6시 25분쯤 남구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앞 횡단보도에서 폐지수집 어르신이 무단횡단을 하던 중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사고 시각이 해가 뜨기 전이어서 운전자가 보행자를 쉽게 식별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남구청과 남부경찰서는 지난달 15일부터 폐지수집 어르신 200명을 대상으로 교통안전 교육과 반사지 부착 등을 진행했다.

폐지수집 어르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교통안전 대책도 중요하지만, 노인 빈곤을 위한 지원책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들이 폐지수집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폐지 수집을 지속하더라도 행정체계 안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폐지 수집 어르신 채두순(여·78·남구)씨는 "보름 동안 종이 100㎏을 모아서 팔면 5천 원 정도 번다. 물가는 자꾸 오르는데 종이 단가는 갈수록 낮아져 이 일로는 생계 유지가 안 된다"면서도 "일자리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되는 사람만 계속 되더라.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하고 있다. 일자리를 구했으면 진작에 그만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남구 관계자는 "올해 폐지수집 어르신들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관련 일자리와 연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하지만 시니어 일자리의 경우 인원 수가 정해져 있고, 기준이 있어 모두가 참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어르신들이 행정체계 안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자원 재활용 시장형 사업단'도 대구에선 운영하지 않고 있다. 자원 재활용 시장형 사업단은 지난 2022년 기준 서울·인천·부산·광주 등 49곳에서 운영 중이다. 사업단에 참가한 2천500여 명의 어르신이 일반 폐지수집 어르신보다 많은 월평균 38만 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폐지 수집 노인이 생겨난 원인이 '노인 빈곤'임을 알아야 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1위일 정도로 심각하다"며 "지자체가 이들을 지원할 때 교통안전 대책에 그쳐선 안 된다"며 "그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활동 지원을 확대하고, 현금성 지원이 어렵다면 식사·생활 지원 등을 통해 노인 빈곤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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