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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時時刻刻)] 디지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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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우리는 이제 AI시대를 살고 있다. 세상은 무섭게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10년 후 어떻게 바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편리하고 빠른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온 후 우리는 이것이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AI가 내장된 스마트폰도 출시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만큼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일까.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SNS 알리미와 전화벨이 두려울 때가 있다. 온몸이 방전되어 힘을 다 빼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은 순간이 오면 스마트폰도 꺼두고 싶지만, 누군가 조급해하며 사회생활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며 비난을 쏟아낼까 걱정이 된다. 편리의 이면에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불안감이 우리의 자유를 붙잡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이것은 중독의 수준을 넘어 그냥 삶이 되어 버렸다.

프랑스는 2010년 학교 수업시간 중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법으로 금지한 것을 한층 강화하여 2018년 하원에서 3~15세 학생의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디톡스'법을 통과시켰다. 또, 최근 프랑스 정부는 3세 미만 유아의 영상 시청, 13세 미만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용역을 수행한 한 연구진은 11세 이전에는 휴대전화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11~13세 어린이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려면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단말기여야 하며, 최소 13세부터 인터넷이 연결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소셜미디어는 15세부터 사용하되 윤리적 소셜미디어에 제한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파리 남쪽 센에마른주에 있는 작은 도시 센포르에서는 거리, 공원, 상점 등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헌장이 지난 3일 주민투표를 통과했다. 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아이가 15세가 되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사 주지 않겠다"는 서면동의서를 제출하면, 시에서 통화만 가능한 단말기를 자녀에게 지급한다.

미국에서도 소아과학회(AAP)가 18개월 이하 영유아에게는 스마트폰 등의 스크린 미디어를 보여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18∼24개월 영유아의 경우에는 유익한 영상물을 보여주되 부모가 함께 봐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편리한 디지털시대를 역행하는 사회운동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필요성을 몰라서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실천에 옮기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디지털 문명이 가장 발달한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게 올바른 디지털 문화를 선도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스마트 기기에 염증을 느끼는 20·30대를 중심으로 스마트폰을 압수하고 사용을 금지하는 카페가 인기라고 한다. 디지털시대의 폐해는 단순히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과거 오프라인 시대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중에게서 잊히던 사실들이, 지금은 디지털정보로 기약 없이 저장된다. 인터넷 시대에는 정보의 재생을 통해 정보주체가 그 상황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고 과도한 괴로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잊힐 권리'가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디지털 문명을 거부하는 사람 혹은 적응하지 못하는 기성세대 중에는 오히려 느린 아날로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에게 아날로그 방식을 보장해 주는 사회운동도 필요해 보인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적절한 사용이 우리를 더욱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주변에서 금연구역처럼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안내표지를 곧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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