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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충남 홍성 죽도…물때 따라 12개의 무인도와 이어지는 낭만의 섬

2024-06-07

배로 15분 홍성군 유일한 유인도

물이 빠지면 무인도 트레킹 묘미

대나무 사이 오션뷰 옹팡섬 숲길

하얀 등대가 반기는 동바지 쉼터

코발트빛 영롱한 바다 감성 자극

[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충남 홍성 죽도…물때 따라 12개의 무인도와 이어지는 낭만의 섬
드론으로 촬영한 환상적인 섬 죽도. 남당항에서 3.7㎞ 지점에 위치하며 배로 15분 정도 걸린다.
천수만은 한결같이 아름다웠다. 만(灣)은 큰 호수처럼 육지로 둘러싸여 아늑하였다. 남당항 선착장은 마치 반달처럼 휘어진 방파제 끝머리에 있었다. 죽도 가는 홍주해운 배를 기다린다. 어디선가 해풍이 불어와 심호흡을 해본다.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 단 물맛이다. 섬을 찾아가는 여로는 바닷바람이 전하는 말처럼 달고 꿀꺽 삼켜진다. 이윽고 배에 오른다. 11시 배는 배가 부르도록 여행객을 태우고 떠난다. 하루에 다섯 번이나 오고 간다는 홍성 죽도 뱃길. 남당항에서 3.7㎞ 지점에 있는 죽도는 배로 15분 정도 걸린다.

배가 출항하자 갈매기 떼가 나타난다. 여행객이 새우깡을 던져주면 공중에서 받아먹는 묘기를 부린다. 배는 스크루의 흰 포말을 그리며 나아간다. 저렇게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하얀 물거품은 마치 흰 백합 다발처럼 피었다 지곤 한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바다를 보면 내 안에 무언가가 나타나고 그게 기억인지 추억인지 석연치 않지만, 거의 예외 없이 회상의 늪에 빠지게 된다. 나에게 있어 외부의 경험은 우연이고 끝없이 사라지는 바로 저 하얀 포말 같은 것이지만, 다만 내적 경험의 자국은 더욱더 생생하고 화려한 회상으로 나타난다. 밤하늘 별들이 바다에 내려와 놀다 해가 뜨자, 어둠의 사다리를 놓쳐 돌아가지 못하고 파도가 되어 울고 있다는 그 신화의 기억들. 고기잡이 나간 어부들이 폭풍으로 돌아오지 않자 낙담으로 생긴 마음의 상처를 어쩌지 못해 굿당에 기도하는 아녀자가 스스로 상(像)을 만들고 신(神)에 끌리어 가까이 다가가듯이. 그런 내적 회상이 부초처럼 떠오른다. 배가 죽도에 도착했다. 배에서 시간은 또 다른 기억으로 옮겨가 환상을 만들기에 너무 짧았다. 죽도 선착장은 바다를 드나드는 어부들로 분주했다. 마을회관과 어구 보관장을 지나 방파제로 간다. 왼편으로 틀어 비스듬한 오르막을 지나 숲속 길을 걷는다. 섬의 숲은 꽃술을 닮았다. 숲의 알지 못할 향기가 후각을 자극해 코가 벌름거린다. 연이어 바닷가 산책길로 들어선다.

[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충남 홍성 죽도…물때 따라 12개의 무인도와 이어지는 낭만의 섬
간조 시 죽도에 붙는 작은 섬들. 아기자기한 12개의 무인도가 서로 달라붙어 있다.
썰물의 물때가 섬을 트레킹의 라라랜드로 만든다. 해안은 어김없이 그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올망졸망한 무인도로 가는 로드는 그지없이 애모쁘다. 이제부터는 약 1㎞ 정도 30분 소요되는 1코스 옹팡섬 대나무 숲길이다. 들어가는 길목에는 대나무 숲이 울창하여 멍하게 걸었지만 나아갈수록 대숲은 듬성듬성해지고 그 사이로 오션 뷰가 조망되었다.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드디어 '죽도의 얼굴'이라는 글씨를 명찰처럼 달고 있는 제1 조망 쉼터에 성큼 올랐다. 물때에 따라 무인도와 이어지는 바닷길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보는 작은 섬 죽도는 코발트 빛으로 물든 보석같이 영롱했다. 죽도는 홍성군의 단 하나 유인도로 섬에 대나무가 많이 자생해 죽도라 부른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12개의 무인도가 서로 달라붙어 있으며, 물이 빠지면 걸어서 돌아 볼 수 있는 자연과 낭만이 그대로 보존된 천혜의 섬이다.

[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충남 홍성 죽도…물때 따라 12개의 무인도와 이어지는 낭만의 섬
풍력발전기와 아름다운 죽도길. 제1 조망 쉼터로 한용운 조망 쉼터로 부르기도 한다.
[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충남 홍성 죽도…물때 따라 12개의 무인도와 이어지는 낭만의 섬
죽도의 하얀 등대와 방파제. 죽도 선착장은 바다를 드나드는 어부들로 분주했다.
제1 조망 쉼터는 홍성이 낳은 인물 한용운 조망 쉼터로 부르기도 한다. 한용운은 일제 강점기 시대에 승려였고 독립운동가였으며 만해(卍海)라는 호를 가진 민족시인이었다. 평소 곡차(막걸리)를 좋아했고, 입이 매우 거친 괴짜 스님으로 유명했다. 이런 성품의 그가 시(詩)에서는 여성적인 시어(詩語)로 한 시대를 풍미한 걸작 시를 많이 남겼다. 그의 대표작 '님의 침묵'은 우리 모두의 '님'이 되었고 '침묵'이 되었다. 조망 쉼터를 내려온다. 죽도 둘레길은 꽃이 없음에도 온통 꽃길이었다. 죽도가 한 송이 큰 꽃이었으므로. 눈에 착착 달라붙는 길가에 솟대가 보이고, 풍력발전기 바람개비도 보인다. 먼 옛날 고조선 시대부터 내려왔다는 솟대는 우리나라 전통 민속신앙이다. 긴 장대 꼭대기 세 갈래로 된 나무 위에 세 마리 나무 새가 앉아 있다. 솟대는 나쁜 귀신과 병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홍수·가뭄을 물리쳐 풍년을 가져다준다고 여겼다. 저 나무 새는 허공을 날지 못하지만, 바람이 날개를 달아주어 하늘로 날아오르면, 저 멀리 높은 곳까지 날 수 있겠다는, 섬사람의 가뭇없는 상상의 세계에서 사는 새다. 저 길가에 서서 돌아가는 풍차의 바람개비는 언제나 꿈을 꾸지, 더 아득히 날아가서 신의 먹이를 물고 오는 새의 꿈을 꾸고 있지.

바다를 낀 오솔길을 걷는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오므려 새소리를 내어본다. 그 휘파람은 새 부리에서 나오는 슬픈 울음처럼 해변을 적시고 돌아와 내 마음의 문을 여는 쇠방울 소리가 되었다. 서부 해안로 지나 담깨비 둘레길에 진입한다. 초입은 역시 대 숲길이었다. 외벽 조형물을 보고 또 다른 해안 탐방로를 거쳐 제3 담깨비 조망 쉼터에 오른다. 일명 '죽도의 흔적' 글씨를 등에 걸고 있는 백야 김좌진 장군 조망대다. 만주벌의 호랑이였던 김좌진 장군은 안동김씨 수북공파 10세손으로 문인 집안이자 홍성 갈산지역 부호 출신이었지만 청소년 시절부터 가노 해방, 토지 재산분배, 호명 학교 설립 등 민족 계몽과 항일 독립운동에 힘썼다. 특히 1910년대 무장 독립투쟁에 전념하여 독립군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고 1920년 청산리 대첩으로 독립운동사에 최고의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백야 김좌진 장군, 지금 우리는 그분에게 어떤 얼굴로 다가가야 하나. 여기서 조망하는 큰달 섬, 작은 달섬 등 무인도는 눈에 스며들어 엉기는 넋을 빼앗는 풍경이다.

이제 동부 해안로를 지나 대나무 숲 탐방로를 걷는다. 그러다가 제2 동바지 조망 쉼터에 오른다. 일명 최영 장군 조망대다. 여기는 하얀 등대가 있는 포구와 잔잔한 바다와 안면도까지 볼 수 있는 뷰 포인트다. 대나무 숲속에는 갤러리도 있어 '죽도 갤러리'라 쓴 글씨가 눈길을 끈다. 여기는 유난히 대나무가 더 많다. 대나무는 표면과 속의 자라는 속도가 달라 속이 비어 있다 한다. 속이 텅 비어 있으므로 강풍에도 부러지지 않는다. 이 꺾이지 않는 특성은 지조를 뜻하며 매화, 난초, 국화와 함께 사군자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럼 최영 장군은 어떤 분인가. 최영이 태어나고 활동한 때의 고려 말엽은 국내외적으로 많은 시련에 직면해 있었다. 이러한 시기 무인으로서 최영은 그야말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였다. 그리고 최영은 언제나 청렴결백하기로 유명했다. 오늘날까지도 최영이라는 이름은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라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역사에도 기록된 이 말은 최영의 나이 16세 때 부친 최원직이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언이었다. 그는 부친의 이 말씀을 한시라도 잊지 않기 위해 비단으로 만든 허리띠에 '견금여석(見金如石: 당시는 한글이 없어 한문으로)'이라고 새겨 다녔다고 한다. 그 후 최영은 위화도 회군을 도모한 이성계 일파에게 역적으로 몰려 처형되었다. 처형되는 날 형장에서의 최영의 태도가 너무도 당당해 보는 백성들이 감동하였다고 한다. 최영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인들은 상점 문을 닫았으며, 온 백성이 최영의 죽음을 슬퍼했다. 심지어 길거리의 아이들과 시골의 여인들까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시체가 길가에 버려지자 길가는 사람들이 말에서 내렸고, 도당에서는 쌀, 콩, 베, 종이를 부의하였다고 고려사에서 적고 있다.

[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충남 홍성 죽도…물때 따라 12개의 무인도와 이어지는 낭만의 섬
김찬일 시인 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이제 돌아갈 배 시간이 되었다. 죽도는 정말 떠나기 싫은 꿈속의 섬이었다. 이윽고 배가 육지를 향해 간다. 불과 15분간 머무는 배에서 돌아보면 이미 그건 추억의 섬이 된, 죽도였다. 내 마음 한구석에 꽃과 대나무 삼족오로 살아 있는 섬, 죽도였다. '임이여 그 바다를 건너지 마오. 임은 결국 바다를 건너시네.' 신 공무도하가라도 불러야 할까.

글=김찬일 시인 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이기조 여행 사진작가


☞문의 : 홍성군 남당항 관광안내소 (041)634-7650/ 홍주해운 남당항 매표소 (041)631-0103

☞주소 :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로 213번길 25-60

☞트레킹 코스 : 옹팡 섬 둘레길-조망 쉼터-솟대길-담깨미 진입로-담깨미 조망대-동부해안로-선착장 입구-동바지 조망 쉼터-선착장

☞인근 볼거리 : 홍주읍성, 홍주의사총, 용봉산, 백야 김좌진 장군 생가지, 만해 한용운 생가지, 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 성삼문 선생 유허지, 남당노을 전망대, 홍성 전통시장, 광천 토굴 새우젓 홍보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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