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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석의 발견과 되새김] 올여름이 더 뜨거워진다고?

2024-06-11

"전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
탄소중립화 우선 해결 과제
기후환경, 국가간 조율 통해
통합적으로 대처해야 효과
우리도 친환경적 변화 시급"

[이하석의 발견과 되새김] 올여름이 더 뜨거워진다고?
이하석 시인

#여름

여름은 봄과는 다른 꽃들의 향연으로 열린다. 매일 다니는 산책로의, 신천 가 산길 입구와 산책로 가장자리의 작은 화단들에 솟아오른 붉고, 희고 노란 장미들이 5월에 이어서 아직 황홀한 색이 가시지 않은 채 여름으로 그 기운을 잇는다.

개망초와 금계국이 희고 노란빛을 뽐내면서 산 아래 비탈을 '마구마구' 덮는다. 자운영이 물 가장자리를 자줏빛으로 물들인다. 새로 지은 아파트단지마다 석류꽃과 수국 등 여러 가지 꽃들이 고개를 들고 살랑대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내다본다.

이 무렵 어디를 가든 여행객들의 눈길을 강하게 끄는 게 꽃이다. 자욱하게 우거져 그 현란함이 자못 찬란한 여름의 서막을 보는 듯 여겨진다. 기실 꽃들만큼 계절감을 잘 드러내는 것도 없다. 그러나 이런 꽃들을 향한 시선들을 얼마만큼, 언제까지 느긋하게 만끽할 수 있을지를 알 수 없는 게 이즈음의 실정이기도 하다. 여름은 강렬하지만, 그 서막에 저런 꽃들을 배치하는 건 우리들의 의식적인 선의의 욕심 때문일까? 그보다는 누군가가 말했듯 딸기와 팥빙설과 수박의 달콤함과 더불어 질병과 폭력과 살인의 세계를 동시에 안아야 하는 데다, 예년과 달라진 날씨의 변덕으로 더욱 고통스러운 여름이 닥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올여름의 한반도 날씨를 전망하는 불안한 소식들이 벌써 들린다. 날씨가 동남아를 방불케 할 전망이란다. 습식 사우나에 갇힌 듯 덥겠단다. 비도 많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기상청의 전망이다.

'뜨거운 바다'가 원인이다. 그 바다가 우리나라로 고온다습한 바람이 불어오는 기압계를 형성하면, 해수면에서 증발하는 수증기량이 많아진다. 그리하여 비구름대가 계속해서 원활해져서 강수량도 늘어난다. 기상청은 최근 동남아 지역의 40℃가 넘는 폭염, 아랍에미리트의 유례가 없는 홍수 등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빈발한 상태를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도 평년보다 덥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여 기상재해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날씨

날씨가 심상치 않다. 지난 5월만 해도 이례적이었다. '들쑥날쑥하면서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는 말이 나왔다. 남쪽 해상의 고기압과 북쪽의 찬 공기의 영향 때문이다. 여름 장마가 시작할 때까지 긴 열탕과 짧은 냉탕을 오가는 날씨가 반복될 것이란다.

농사를 짓는 친구에게 자주 묻는 게 "올해 수확은 어때?"이다. 과일 농사를 짓고 있는 그 친구는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한다. 과일값이 상상 이상으로 치솟아서 요즘은 과일을 향한 눈길을 애써 거두는 상태다. 그런 상태가 계속된다는 건 좋지 않다. 우리 아파트에 오후 4시면 채소 장수가 채소와 과일 등을 싣고 와 주차장 구석에 널어놓는 '작은 장'이 서는데, 거기서도 계속해서 과일 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어른들과 주부들이 물건들을 기웃거리면서 하는 소리가 "올해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것이지만, 장사꾼은 그 말에는 얼굴을 펴지 못한다. 올해 역시 작황의 전망이 어둡단다. 과일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햇볕인데, 그것이 제대로 쬐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날씨의 변덕으로 인해 일교차가 커지고, 기온은 평년보다 높으나,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농산물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날씨의 변화는 물론 환경을 거스른 지구인들의 탓이다. 과도한 탄소 소비와 생태 환경의 교란을 일으키는 산업 구조가 이런 재앙을 불러온 것이다. 그런 가운데 라니냐 영향으로 극한 더위가 올 거라는 세계기상기구의 경고도 자주 들린다. 이미 인도나 파키스탄 같은 곳에서는 기온이 50℃까지 치솟았다. 스리랑카는 홍수로 거대도시가 물에 잠겼다. 독일에서 폭우로 홍수가 발생하여 사람들이 사망하는 등 유럽도 기상이변을 겪고 있다.

#대응

세계기상기구의 발표가 심상치 않다. 지난 1년 동안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시기보다 1.5℃ 넘게 올랐단다. 2015년 파리 기후 협약 때 지구 기온의 상승이 주요 문제로 대두됐는데,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당시 국제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심각하게 논의했다. 그러나 그 성과는 나타나기는커녕, 국가들이 세운 목표들마저 차질이 빚어지고 있음이 이로써 드러났다. 인류가 목표로 하는 1.5℃ 상승 저지선을 넘은 것이다. 지구 기온의 상승은 이후 그 기세를 타고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다.

기온 상승의 결과는 충격적이다. 상승 폭이 1.5℃를 넘기면 전 세계 폭염이 두 배로 늘고, 도시인구 3억5천만명이 물 부족에 시달린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2℃를 넘어서면 여름철 북극 얼음이 완전히 녹아버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생태계 붕괴와 함께 해류 순환 체계가 망가진다. 독일 연구팀은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없이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 2050년까지 기후변화 피해로 전 세계의 소득마저 19% 감소할 거라고 전망했다.

지구인들의 삶이 점점 더 위기로 치닫고 있음을 실감한다. 특히 농민들의 불안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과일 농사의 부진도 이에 기인한다고 봐야 하리라. 과일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격감이 우려된다.

이 위험의 감지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짐을 실감함에 따라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은 국가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학계에서는 미래 한국의 국가 경영에 기후와 환경의 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는 당연히 국가 책임이라는 인식도 높아진다. 그런 조짐을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기후 소송'이 벌어져 국제적인 관심을 끌기도 한다.

산업에서의 '탄소중립화'가 국가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우선적인 과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기후 환경의 문제는 기후변화의 요인을 분석하고 국가 간의 조율을 통해 통합적으로 대처해야 효과를 거둔다는 인식이 이미 절박해지고 있다. 아울러 우리 지구인 각자도 욕망의 절제와 친환경적 삶의 태도 변화가 시급히 요구된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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