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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딜레마 존

2024-06-13

운전을 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선택 장애를 겪을 때가 있다. 정지선 도달 직전이나 직후에 신호등이 녹색에서 황색으로 바뀔 때가 대표적이다. 급정지를 해야 할지, 그냥 지나가야 할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주로 교차로 정지선 부근을 '딜레마 존'이라고 한다. 대다수 운전자는 딜레마 존에서 황색등이 들어와도 교차로에 진입한다. 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가는 횡단보도를 침범하거나 교차로 중간에 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뒤차에 추돌 당할 위험도 크다. 지금까지 경찰이 황색등 때 진입을 신호위반으로 단속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다.

대법원은 지난달 황색등에서 교차로에 진입했다가 오토바이와 충돌한 차량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판결했다. 신호 위반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귀신같이 차를 멈출 수 있는 운전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1, 2심 판결이 더 합당해 보인다. 딜레마 존을 무시한 대법원 판결로 인해 혼란에 빠진 운전자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교통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 판결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딜레마 존은 해외에서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미국·영국·일본 등지에선 차량이 딜레마 존에서 멈추지 못하는 불가피성을 인정해 교차로 통과가 허용된다. 하지만 한국은 45년 전에 만들어진 도로교통법에 따라 딜레마 존을 부정한다. 낡은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가는 것이다. 하지만 악법도 법인 만큼 당장은 어쩔 도리가 없다. 정지선 앞에서 속도를 줄이고 운전자 스스로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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