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열린 이철우 경북도지사,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간의 회의는 행정통합을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얼마나 많은지 여실히 보여줬다. 행정통합이 추진 중인 지역의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이 모인 이날 회의에서 이철우 지사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며 속도를 강조한 반면, 다른 광역단체장들은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각 지역이 처한 상황과 정치적인 역학구도에 따라 같은 정당 소속의 단체장이지만 행정통합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국민의힘 광역단체장들의 입장이 서로 다르면 행정통합에 대한 당론을 정하기가 어렵다. 이번 행정통합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의원들의 특별법 발의는 이뤄졌지만, 당론으로 정한 것은 아직 없다. 반면 민주당은 당론으로 광주·전남과 대전·충남의 행정통합 특별법을 발의했다. 대구·경북은 당론이 아니라 경북도당 위원장인 임미애 의원이 주도해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민주당이 대구·경북보다는 광주·전남과 대전·충남 통합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돼 있다.
여야가 발의한 특별법은 병합 심사를 받게 된다. 대구·경북과 대전·충남의 경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자 발의한 법안들이 함께 논의되고 조율된다. 특별법안의 조항 중에는 각자 양보할 수 있는 조항과 관철시켜야 할 조항이 섞여 있을 것이다. 여야 모두 협상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내부 의견부터 조율해야 협상력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이라는 더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 행정통합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현안이라는 점을 여야가 명심하면 충분히 넘을 수 있다.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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