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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름다운 가족을 만들고 싶다면

2024-06-17
이찬휘2.jpg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초등학생이 교감선생님의 뺨을 때렸다. 엄마는 사과는커녕 담임선생님을 폭행하였다. 아이는 며칠 후 자전거를 훔쳐 타고 다니다 발각되어 다시 뉴스를 도배하였다. 뺨에 상처가 있어 이유를 묻자 "엄마가 때렸다. 욕을 했다. 아침밥도 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드라마였어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를 받을 만큼 막장인데, 현실이다.

어쩌다가 세상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분노를 넘어 좌절하던 상황에서 희망을 보았다. 바로 삼농 김용우 선생(1912~1985)의 후손들이 보여준 선행 때문이다. 지난 11일 여의도에 있는 한국스카우트연맹 회관에서는 감동적인 행사가 개최되었다. 바로 삼농 선생 후손 31인의 건전한 청소년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전달 및 평생회원 가입 행사이다.

삼농 선생은 국방부 장관과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국회사무총장,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스카우트운동에 헌신하신 분이다. 1924년 한국스카우트의 모태인 정동소년척후대원으로 시작하여 한국인 최초로 범스카우트(Tiger Scout)에 진급하셨다.

미국의 이글스카우트(Eagle Scout)처럼 범스카우트는 진급에 요구되는 다양한 기능장 과정(야영ㆍ생존훈련·응급처치·사회봉사 등)을 통해 리더십을 인정받은 최고 영예의 스카우트 대원이다. 창립된 지 100년이 넘고, 역대 대원이 수백만 명에 이르는 한국스카우트 역사에서 약 2천명 정도만이 존재하는 그야말로 스카우트 명예의 전당이다.

삼농 선생은 이후 한국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을 거쳐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제7대 총재를 역임하시면서 평생을 스카우트 선서와 규율을 실천하셨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청소년의 건전한 육성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2년 명예 치프스카우트로 추대되고 1985년 국민묘지 유공자 묘역에 안장되셨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본인의 삶 자체만으로도 세상에 이름을 남길 만한 삼농 선생은 가족을 통해 그 이름을 다시 한번 세상에 알리셨다. 슬하에 2남 4녀를 두셨는데 목사, 의사 등 모두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는 활동을 하는 아름다운 가족이다.

여든이 넘은 나이임에도 멀리서 기부금 전달식에 참석한 3녀 김경회 여사는 1960년 미국 스쿼밸리 동계올림픽 스피트 스케이팅에 참가한 최초의 여성 국가대표였고, 4녀 김영회 여사 역시 세계은행과 IMF 등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다가 현재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계신다. 김경회 여사는 기부금 전달식에서 "대한민국의 더 많은 청소년들이 스카우트 운동에 참여하여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번 행사가 스카우트 이념 확산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라고 소망을 피력하였다.

교육의 기본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엄격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밑에서 형한테 맞고, 누나한테 혼나고, 동생과 싸우면서 사회를 배우고 삶의 지혜를 얻게 된다. 그러나 핵가족 시대에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방법은 아이를 한 가정씩 나의 아이로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정이 우리의 아이로 키워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스카우트 활동이다.

선생님을 폭행한 아이와 그 아이를 폭행하는 엄마가 존재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아이를 양육하고 싶다면 학원이 아니라 독립심과 협동심을 동시에 배우는 스카우트 정신이 펼쳐지는 대자연으로 아이를 보내기를 권한다. 그리하면 아름다운 가족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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