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2-유럽에서 길을 찾다] <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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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에코뮤지엄인 오르세미술관(Musee d'Orsay). |
영남일보는 지난해 총 10편에 걸쳐 '영남일보-대구경북학회 공동기획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을 보도했다. 해당 시리즈에서는 경북 마을들의 가치와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마을의 문화, 장소, 재산 등 다양한 요소를 다뤘다. 이번 기획 기사에서는 유럽의 사례를 바탕으로 벤치마킹할 방안을 보도한다. 취재진은 5월3일부터 19일까지 독일의 뮌헨·아우크스부르크·오버바이에른, 프랑스의 파리·프렌 등을 방문했다.
이번 시리즈는 지면 게재와 함께 독일과 프랑스의 지붕 없는 박물관을 담은 동영상도 제작해 영남일보 유튜브에 업로드할 예정이다.
佛 '지붕 없는 박물관' 개념 시초
에코뮤지엄과 밀접하게 연결
70여년 유럽서 다양하게 발전
핵심요소는 주민 주도적 참여
'공유경제' '지속가능한 마을'로
야외박물관이라는 개념 가진
'프라이리히트 박물관'도 역시
지붕 없는 박물관 또다른 형태
건물·사람들 일상 그대로 보존
과거 지역의 삶 등 전시·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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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는 지역 유산, 주민 참여, 박물관 활동 등을 갖춘 다양한 박물관들이 있다. |
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인해 경북의 자연인구 감소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달 6일 통계청은 '2022년 인구총조사'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경북의 자연감소 인구는 2022년 1만5천명으로 출생아 수는 1만1천명, 사망자 수는 2만6천명이다. 30년 뒤인 2052년에는 출생아 수가 겨우 7천명인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반해 사망자 수는 4만4천명으로, 자연감소 인구는 3만7천명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의 수에 6.3배 달하는 수준이다.
이 통계는 경북의 마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숫자로 보여준다. 국가통계 포털에 따르면, 경북의 자연마을은 2015년 9천210개였다. 그러나 2020년에는 7천446개로 19.15% 감소했다.
이에 경북의 마을을 보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을마다 재산, 문화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북의 경우 국보,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등 500여 점의 국가지정문화재를 보유한 만큼 가치가 있는 지역이다. 또 전통적인 공간과 역사문화가 지역에 산재하고 있다. 동제나 전통 풍습, 종가와 고택 등 현존하는 문화유산이 경북의 정체성과 사회문화를 형성하는 특징을 가져 문화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이밖에 경북의 마을은 백두대간과 낙동강 유역, 동해안 일대 등 자연생태 경관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 점도 마을을 보존해야 하는 까닭이다. 농산어촌의 다양한 전통 생업 형태와 생활 문화가 보존돼 마을 자체로 가치가 있다.
경북 청도에 사는 이모(65)씨는 "경북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사람이 줄어드는 만큼 유입되지 않으니 안타깝다"면서 "청도를 비롯한 경북 마을은 보존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마을마다 역사, 문화, 자연환경 등이 보존된 곳들이 많다. 마을을 유지하고 보존할 방안을 꼭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참여 없으면 속 빈 강정
지붕 없는 박물관은 마을의 유산과 공간, 사람을 자원으로 마을 전체를 박물관으로 조성하는 개념이다.
해당 개념은 에코뮤지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에코뮤지엄의 세 요소인 지역 유산(Heritage), 주민 참여(Participation), 박물관 활동(Museum)을 확대·진화한 내용이다.
특히 이 개념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마을 주민'이다. 마을 주민의 무형 기억까지 전시 및 활동으로 포함하고 있는 것. 전문 학예사가 아닌 마을 주민이 주체가 돼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 지붕 없는 박물관의 핵심이다.
이러한 요소는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여준다. 주민들의 참여는 관광, 홍보, 프로모션 등으로 연계돼 '마을의 공유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경제적 활성화로 지속 가능한 마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럽의 지붕 없는 박물관들
유럽은 에코뮤지엄을 기초로 하는 다양한 지붕 없는 박물관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1950년대부터 지붕 없는 박물관 개념이 시작됐다. 조르주 앙리 리비에르가 프랑스의 지역 상황과 지역 주민 삶에 지역 민속학을 접목하여 개념을 만들었다. 이들은 '인간' '자연' '지역유산'을 박물관의 범주로 설정했다.
이 개념에서도 중요한 점은 '지역 주민들의 주도적인 참여'였다. 지역 유산의 수집·보존·조사·연구·기획·실행하는 보존 기관으로써 연구소·교육의 장으로 활용됐다. 한 지역 주민이 지역전문가로서 역량을 축적하는 유의미한 박물관의 형태였다.
이 개념들이 변화를 거쳐 현재 프랑스에는 르 크뢰조 몽소 에코뮤지엄, 알자스 에코뮤지엄, 프랑스 프렌의 문화유산 박물관 등 대표적인 에코뮤지엄들이 있다. 고흐·밀레·모네 등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한 것으로 유명한 파리의 오르세미술관도 에코뮤지엄 중 하나다.
프랑스에코뮤지엄협회 회장 자비에르 드 라 셀레는 "에코뮤지엄은 일반적인 박물관과는 다른 개념이다. 주민들의 참여가 바탕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서 "주민들이 참여함으로 공동체 박물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외 박물관이라는 개념인 '프라이리히트 박물관'은 또다른 형태의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이 야외 박물관은 지역의 건물과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집, 가구, 관습, 전통 등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박물관은 독일 오버바이에른 지역의 글렌틀리텐 야외 박물관, 독일 블랙 포레스트 야외 박물관, 오스트리아 지역의 잘츠부르크 야외 박물관 등이 있다.
글·사진=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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