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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대왕고래' 리스크 줄이는 방법

2024-06-27

액트지오 선정 둘러싼 구설
메이저기업 투자 유치해야
기술·재원·리스크 동시 해결
한국 에너지 98% 수입 의존
석유·가스전 개발 안보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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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1991년 발발한 1차 걸프전. 당시 34개 다국적군의 이라크 평정 작전은 '사막의 폭풍'으로 명명됐다. 해·공군이 40일 동안 폭격을 가해 이라크를 초토화시킨 다음 육군이 3일간 진격하는 걸로 전쟁은 끝이었다. 2011년 우리 해군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을 구출해 낸 작전명은 '아덴만의 여명'이다. 다들 명칭이 그럴싸하다.

동해 영일만 8광구 및 6-1광구 심해 탐사 프로젝트는 '대왕고래'란 이름이 붙여졌다. 대왕고래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큰 포유류 동물이다. 남반구의 대왕고래는 최대 길이 33m, 몸무게 180t에 달한다. 최대 매장량 140억배럴의 석유·가스전을 발굴하는 거대 프로젝트 명칭이 '대왕고래'라니. 네이밍의 궁합이 절묘하다. 한데 명색이 '대왕고래'인데 송사리 같은 회사에 물리탐사 자료 해석을 맡긴다? 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용역업체 액트지오는 연평균 매출 2만7천700달러(미국 인구조사국)의 1인 기업인 데다 2023년 3월까지 4년간 법인 영업세를 체납했다. 석유공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시점은 2023년 2월.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계약 당시 체납 사실을 몰랐다"고 실토했다. 석유공사 직원 2명이 미국의 액트지오(아브레우 고문의 가정집)를 찾아가 입찰에 참여하라고 권유한 대목도 의아하다. 액트지오를 포함해 3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는데 석유공사는 입찰업체 명단과 평가 및 선정 과정을 함구한다. 자문위원회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액트지오의 분석 결과를 액슨모빌이 검증하긴 했다. 한데 액슨모빌은 아브레우 고문이 15년간 근무한 기업이다. 굳이 아브레우와 연줄 있는 회사에 검증을 맡겨야 했나. 액트지오가 제시한 7개 유망구조 가운데 3곳은 이미 호주 석유기업 우드사이드가 이미 시추했거나 탐사한 곳이다. 우드사이드는 경제성·장래성이 없다며 지난해 1월 철수했다. 아브레우 고문이 심해 탐사 전문가라 하더라도 액트지오의 신뢰성엔 의문부호가 찍힌다. 국민들도 미심쩍다는 반응이다.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정부 발표에 대해 60%가 '믿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은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다. 20%의 성공 확률은 뒤집으면 실패 확률이 80%라는 뜻이다. 채굴 비용에 따른 경제성·사업성까지 따져보고, 대량 채굴 및 상업화 시점의 화석연료 가격도 전망해봐야 한다. 위험 분산은 기본이다. 해외 메이저 석유업체의 투자 유치는 기술력과 재원 확보, 리스크 분산을 동시에 해결해주는 '회심의 한 수'다. 마침 액슨모빌, 페트로나스 등 5개 기업이 '대왕고래' 투자 여부를 저울질한다니 다행이다.

해외 메이저기업 유치는 액트지오 의혹을 비롯한 온갖 구설을 잠재우는 방편이기도 하다. 국부(國富)·자원 유출 문제는 현행 최대 12%인 조광료 요율 상향이나 투자지분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겠다. 해외 자원개발에서 대규모 손실을 떠안은 흑역사, 심해 탐사 기술력의 한계는 석유공사의 딜레마다. 게다가 국회는 민주당 세상이다. 석유공사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예산 심의권을 가진 국회에서 동의해줄 리 만무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8%를 수입에 의존한다. 동해 석유·가스전 개발은 에너지 안보에도 유용하다. 국민에게 '희망고문'이 될지언정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포기할 순 없다. 단, 리스크 관리는 필수다. 메이저 파트너 확보가 급선무라는 얘기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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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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