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택시 부제 심의 '보류'키로
부제, 법인·개인택시 간 첨예 대립
심사 및 결정 권한 지자체 이양 검토
"일만 벌리고 수습 않는 무책임 행정"
국토교통부가 택시 강제휴무제 재시행 심의 결과 발표를 보류했다. 사진은 대구 동대구역에 택시가 늘어서 있는 모습. 영남일보DB. |
택시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강제휴무제(부제)' 부활 여부를 심사했던 국토교통부가 또다시 결론을 미뤘다. 국토부는 해당 권한을 곧 지자체에 넘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만 벌려 놓고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는 전날 대구를 비롯해 전국 4개 지자체의 택시 부제 재심사 요청 건에 대해 '보류'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부재 재시행 여부를 놓고 심의에 들어간 지 한 달여 만이다.
국토부는 지난 2022년 11월 택시의 휴무일수 등을 강제하는 '부제'를 전국적으로 일괄 해제했다. 당시 코로나19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맞는 첫 연말에 심야 승차난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하지만, 인구 대비 택시가 초과 공급된 대구지역의 실정과는 맞지 않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초기부터 나왔다. 또 특정 업계(법인택시)만 피해를 떠안는 모양새가 되면서 해당 업계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구시는 작년 5월 부제 재심사를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관련 데이터 부족 등을 이유로 1년 잠정 연장(보류) 결정을 내렸다.
국토부는 택시 승차난 지역(부제 해제 적합 지역) 기준으로 최근 3년간 법인택시 기사 감소율, 거리 실차율, 승차난 민원 등 3가지를 꼽았다. 이 중 두 가지 이상 해당하면 택시 승차난 지역으로 보는데, 지난해 7~12월 대구시가 시행한 택시운송사업발전시행계획 수립용역 결과에서 대구는 세 가지 요건에 모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시는 지난 5월 이 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와 더불어 국토부는 내달 택시 부제 결정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행정규칙 개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택시 훈령상 부제 해제 및 시행은 국토부의 택시 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심사 및 결정 권한을 지자체가 갖도록 하는 것이다.
부제 관련 의사 결정을 사실상 지자체로 떠넘기는 모양새가 되면서 대구시만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부제 재시행 여부는 법인·개인택시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근로 일수가 노사 계약으로 정해져 있는 법인택시업계는 부제 해제 후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줄곧 재시행을 요청해 왔다. 반면, 영업일에 자율성이 보장된 개인택시업계는 현 상태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부담스러운 결정을 지자체에 미룬 국토부의 무책임한 행정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서덕현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부제 시행·해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훈령 개정 후 지자체마다 큰 혼란이 예상된다"라며 "부제는 국토부가 해제했는데, 그에 따른 혼란 및 책임은 대구시가 떠안게 된 형국"이라고 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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