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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의 시선] 권력만 쫓는 '떴다방' 국민의힘…'보수 철학'을 논하라

2024-06-30 19:46

국힘, 권력만 쫓는 떴다방
보수 정당의 가치 안 보여
'배신의 정치' 논란 계기로
한국적 보수주의 논의 기대
더 TK 실망시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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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부국장
한때 '떴다방'이 유행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 인근에 철새처럼 모여든 '이동식 중개업소'가 떴다방이다. 투기를 조장하거나, 불법 거래를 부추기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을 교란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는 의미로 떴다방이라는 단어 자체는 종종 사용된다. 특히 정치에서 그렇다. 치고 빠지는 얄팍한 수법을 가리킬 때 '떴다방 정치'라고 말한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 세력을 떴다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로 국민의힘이 그런 소리를 듣는다. 권력을 쫓아 우르르 몰려 다니다, 아니면 싶으면 '손절'하거나 갈아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툭하면 권력자의 이름이 들어간 '계파'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내로남불', '국민 갈라치기'라고 비난하면서 정작 자신들도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다. 권력 말고 보수정당으로서 '공유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도대체 알기 어렵다.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에 불이 붙었다.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경쟁한다. '배신의 정치' 논란이 한창이다. 초반 대세론을 형성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 후보를 향한 나·원·윤 후보의 비판이다. 한 후보를 정치 무대로 이끈 윤석열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주장이다.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 시절 윤 대통령과 불화설이 불거진 데다 최근 '제3자 추천 채상병특검법'을 들고나오면서 제기됐다. 친윤(친윤석열)계는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당정관계가 파탄 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후보 측은 "당정 관계 쇄신"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배신의 정치'라는 프레임은 꽤 강력하다. 아직도 '배신의 아이콘' 이미지가 남아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생각하면,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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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당 대표 후보들이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혁신포럼 창립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다시 제기된 '배신의 정치' 논란은 흥미롭다. 보수정당의 '정체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보수(保守)는 '보전하여 지킨다'는 뜻이다.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의힘이 '무엇을 지킬 것이냐'에 대한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배신의 정치 논란이 단순히 인신공격으로 흘러가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을 지킬 것이냐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면서 보수정당이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 오합지졸, 지리멸렬 상태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기회주의자만 득실댄다는 인상을 준다.

 

'공동체자유주의'를 강조한 보수정치인 고(故)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은 일찍이 "한국에 보수세력은 많으나, 철학적 보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진정한 보수는 없다'는 소리도 곧잘 나온다. 스스로 보수라고 말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한국에서 보수는 '수구꼴통'이나 '꼰대'로 통한다. 좌파에 의해 만들어진 프레임이지만 보수가 철학, 품격, 멋을 갖추지 않은 탓도 크다. 윤석열 정부에서 보수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 많은 국민이 실망한 근본적 배경이다. 윤 정부와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국정 철학은 무엇인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은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철학적 논쟁의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적 보수주의'에 대한 논의의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한다. 거대 야권의 이념 공세에 신중하게 맞설 수 있는 내공을 쌓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대구경북(TK)를 더이상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 '보수 텃밭' TK가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당으로 거듭 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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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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