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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주군 두둔 않으면 '배신의 정치'인가

2024-07-11

유승민 '증세 없는 복지' 반박
정책적 소신 배신일 수 없어
'용산'과 결 달리한 한동훈
尹, 파격 기용한 文에 반기
국민 맞서고 배반해야 배신

[박규완 칼럼] 주군 두둔 않으면 배신의 정치인가
박규완 논설위원

본의 아니게 '배신의 정치'의 대명사가 된 정치인이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다. 하지만 '유승민 배신자론'은 왜곡에 가깝다. 유 전 의원의 배신자 프레임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애증의 산물이다. 유 전 의원은 2000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 의해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영입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캠프의 정책메시지 단장을 맡아 이명박 후보 공격의 일선에 섰다.

하지만 유승민은 주군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집권 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을 지적하고 청와대 주도의 국정운영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레이저 눈빛에 주눅이 들어 누구 하나 직언하지 못할 때였다. 결정적 장면은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국회 연설이다.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하며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철학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정부의 '시행령 정치'에도 제동을 걸었다. 분노한 박 대통령이 급기야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는 대(對)국민 메시지를 날렸다. 그때 각인된 '배신자 도그마'는 오랜 기간 유 전 의원의 굴레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운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에게도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졌다. 기실 윤 대통령과 한 후보는 불가분의 '절대 지기(知己)'였다. 검찰에서만 20년 가까이 동고동락한 전우다. 법무부 장관 파격 기용은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를 웅변한다. 그러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동훈은 더는 윤 대통령의 아바타가 아니었다. 주기환 광주시당위원장의 비례대표 당선권 배치 요구를 거절했고,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엔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용산'과 결을 달리했다. 여기에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과 '읽씹' 파동이 터지면서 윤 대통령의 분노가 폭발했다고 한다.

한동훈 후보를 '배신의 정치'로 규정하면 윤 대통령은 배신자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2013년 국회 법사위 국감장. 검사 윤석열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을 남겼다. '정의로운 검사'란 시그니처가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 검사에게 꼽힌 것도 그때였다. 문 대통령은 집권 후 대전고검 검사였던 윤석열을 바로 검찰총장에 기용하려 했다. 주변에서 대령을 육군 참모총장에 앉히는 격이라며 만류했다. 서울중앙지검장 보임도 파격이었다. 윤 지검장의 검찰총장 발탁 땐 청와대 참모들의 찬반이 엇갈렸으나 문 대통령이 관철시켰다. 하지만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기를 들며 정치적 노선을 달리했다.

배신의 사전적 의미는 '신의를 저버림'이다.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다른 정책적 소신을 밝힌 게 배신일 수 없다. 여당 비대위원장이 대통령과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건 배신인가 소신인가. 정작 배신은 따로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영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 파기는 영남권 주민에 대한 배신행위이며, 다수결의 폭주를 거듭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총선 민의에 대한 배신이다.

주군을 두둔하지 않으면 배신? 이런 잣대면 궁예의 폭정에 맞서 군사 봉기한 왕건도, 최영 장군과 전쟁을 벌이고 고려 왕조를 무너뜨린 이성계도 배신자일 뿐이다. 주군과 국민을 등치할 순 없지만 굳이 택일을 강요한다면 당연히 선택지는 국민이다. 국민에 맞서고 배반하는 게 '배신의 정치'라는 말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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