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금호강 만나는 습지 위로 도시의 푸른 삶이 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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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달성습지는 도시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보기 드문 '도심 속 습지'로 생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
흔히 '도시' 하면 빌딩이나 아파트 같은 건물들이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이른바 '콘크리트'로 가득한 회색빛 풍경이죠. 그렇게 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살기 위해서였죠. 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층층이 건물을 짓고, 건물과 건물은 가깝게 붙어야만 했습니다. 그에 맞는 도로와 시설도 필요했고요. '도시'란 그렇게 회색빛으로 가득한 풍경이 될 수밖에 없었죠.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어떤 도시도 오로지 이런 풍경에만 의존해 살아갈 순 없기 때문이죠. 분명 도시 어딘가에는 흐르는 강이며, 산이나 숲과 같은 자연의 풍경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콘크리트'로 가득한 곳일지라도 말입니다. 도시 역시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려면 자연이 주는 최소한의 물과 신선한 공기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한데 그런 자연만 있으면 되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오늘날 도시에 있어 그런 자연이 온전하게 자리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되고 말았죠. 연이은 개발과 공사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기후 문제까지 겹치기 시작했으니까요. 때문에 물과 공기가 계속 공급되려면 그런 자연을 유지할 수 있는 그 속의 '생태'와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날 많은 도시들이 이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달성습지가 보여주는 도시-자연의 조화
이런 점에서 보면 '달성문화도시'는 그런 환경이 비교적 잘 갖춰진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뜻 봐도 '콘크리트'로 가득한 풍경보다는, 푸른빛으로 가득한 자연의 풍경이 더 가득한 곳이니까요. 물론 지형적으로 보자면 그런 자원이 훨씬 더 풍부한 도시들은 많죠. 주변이 온통 높은 산이나 숲으로 둘러싸인 그런 곳들 말입니다. 그에 비하면 이곳의 풍경은 그런 도시들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죠. 그럼에도 이곳에 있는 자연과 생태 자원들이 눈길을 끄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달성습지'입니다. '습지'는 흔히 물에 젖어있거나 잠겨있는 땅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때문에 물속이나 땅 위에 형성된 생태계와는 또 다른 형태의 중요한 생태계가 자리하고 있죠. 또한 토사와 물을 함께 저장하기 때문에 홍수와 같은 피해를 예방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불리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서 오늘날 생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 곳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달성습지'는 이러한 습지의 가치를 다름 아닌, '도시' 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끄는 곳입니다. 특히 맹꽁이를 비롯해 '멸종위기종'이라 불리는 각종 희귀생물들과 다양한 철새들이 머무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살아 숨 쉬는 '습지'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러한 면모는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가치를 지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끊임없이 찾고 있죠. '달성습지 생태학습관'을 비롯해 별도로 조성된 탐방로 등을 통해 이곳이 지닌 가치와 매력을 보다 가깝게 살펴볼 수 있는 시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언제든지 자연스럽고 친숙한 형태로 자연과 생태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그것도 소위 회색빛으로 가득한 '도시' 속에서 말이죠.
그렇기에 '달성습지'는 도시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도 합니다. 기능적으로는 도시의 생태와 환경을 지키면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도시라는 공간이 결코 '콘크리트'만으로 이루어진 곳이 아니라는 점을 꾸준히 각인시키는 곳이기도 하죠. 때로는 그런 모습으로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위안까지 선사하면서 말입니다.
철새 머무는 달성습지·참꽃 아름다운 비슬산, 도심 속 자연 느끼게 해
낙동강·가창댐은 아름다운 풍경 더불어 시민생활 윤택하게 하는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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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 둘레길 우록백합나뭇길을 따라 등산객들이 걷고 있다. |
◆비슬산과 일상이 빚어내는 풍경
'달성습지' 외에도 도시와 자연의 조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또 있습니다. 바로 '비슬산'입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암괴류를 비롯해 봄에는 참꽃, 가을에는 억새 군락지로도 잘 알려진 이곳은 등산객이나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한 곳입니다. 하지만 도시의 풍경과는 다르게 푸른빛으로 우거진 숲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휴식을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죠.
특히 '팔공산'과 더불어 대구를 대표하는 양대 명산으로도 불릴 만큼 해발 1천m를 넘는 봉우리들이 능선을 이루고 있는, 도시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규모가 큰 산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수많은 나무들이 도시를 향해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 달성군은 이곳을 별도의 '군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람들이 자연과 가깝게 머물 수 있도록 '자연휴양림'을 운영하면서, 또 매년 봄이면 '참꽃문화제'라는 대규모 문화행사까지 개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거대한 자연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달성습지'와 '비슬산'은 각각 저마다의 자연 경관과 가치를 지니는 동시에, 이곳 '달성문화도시'를 도시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대표적인 곳들입니다. 흔히 도시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이런 풍경과 일상이 빚어낸 자연스러운 조화가 달성을 더욱 특별한 도시로 만들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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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댐은 가창면과 수성구 일부 지역의 수돗물 공급원이다. |
◆낙동강에서 만나는 도시와 물의 관계
그런데 사실 이곳의 자연과 생태를 이야기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곳은 따로 있습니다. 혹시 현재 대구시 전체에 공급되는 수돗물의 70% 이상이 어디서 공급되는지 알고 계신가요? 그곳이 바로 '낙동강'입니다. '달성문화도시'는 다름 아닌, 대구 시민 전체의 생활에 더없이 소중한 이 '낙동강'을 따라 형성된 도시이기도 하죠.
알다시피 '낙동강'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강이기도 합니다. 영남 지역 전체를 거쳐 갈 만큼 규모가 큰 강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대구를 비롯한 영남 내륙 지역의 '상수원'으로서 큰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환경과 기후 등 여러 가지 문제로 곳곳에서 낙동강 외에 새로운 식수원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생활에 있어 중요한 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이곳은 오늘날 도시에 필요한 '물'과 그 물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도시의 고민이 함께 모여드는 곳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 '낙동강'을 따라 형성된 '달성문화도시'는 그처럼 중요한 오늘날의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도시가 되는 셈이죠. 게다가 현재 이곳에 위치한 매곡정수장과 문산정수장에서는 낙동강에서 흘러온 물이 수돗물로 정화되는 모습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오늘날 도시와 물의 관계를 가장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에 또 다른 형태의 중요한 취수원도 있습니다. 바로 '가창댐'입니다. 수성구 일부 지역과 가창면 전체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이곳은 '낙동강'에 비해 취수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강이 아닌 '댐'이라는 형태를 통해 도시에 물을 공급하는 곳이죠. 물론 푸른 산으로 둘러싸인 특유의 자연 경관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기도 합니다.
◆자연의 소중함이 곧 문화의 소중함
이처럼 도시와 자연의 조화뿐만 아니라 '낙동강'을 통해 도시와 물의 밀접한 관계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달성문화도시'는 오늘날 더욱 특별한 도시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은 비단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오늘날 도시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콘크리트'뿐만이 아니라는 것. 그와 더불어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물과 공기, 그리고 그것들을 둘러싼 자연과 생태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은 어쩌면 오늘날 우리 삶에 있어 '문화'가 필요한 이유와도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다름 아닌 '문화도시'인 이곳이 그 속에 자리한 자연과 생태 자원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그건 살아 숨 쉬는 습지와 숲과 강을 소중하게 여기듯 이곳의 '문화' 역시 그렇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겠죠. 아니, 어쩌면 그조차도 하나의 '문화'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이든 '문화'든 오늘날 도시를 사는 우리에게는 하나같이 소중한 풍경들이니까요.
글=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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