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 후보의 입이 우리 당 최대 리스크"
원희룡 "무차별 총기난사, 이러다 다 죽는다"
홍준표 "직무상 지득한 비밀 악용, 비열한 짓"
이철우 "나 후보 부탁을 까발린 것 기막힌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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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왼쪽부터),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당 대표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 인천 경기 강원 합동연설회에 각각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동훈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폭로 여파가 확산하고 있다.
한 후보는 논란이 확산하자 "신중치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한 후보의 폭로가 당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한 후보는 전날(17일) 오전 CBS에서 진행한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를 향해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 저는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라고 폭로했다.
나 후보는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당시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공식선거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 물리적으로 저지해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후보는 2022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한 후보의 폭로 직후, 나 후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역시 한동훈 후보의 '입'이 우리 당 최대 리스크다"라고 반발했다. 원희룡 후보도 같은 날 본인의 SNS를 통해 "무차별 총기난사"라며 "이러다 다 죽는다"라고 경고했다. 윤상현 후보도 서울시당 여성위원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 이 문제는 좀 선을 넘지 않았나"며 한 후보를 비판했다.
한 후보의 폭로에 대해 당내 반발은 물론 정치권에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7일 SNS에 "아무리 다급해도 그건 폭로할 대상이 아니었다"라며 "공직자가 직무상 지득(知得)한 비밀을 자기 필요에 의해 상대방 공격 자료로 악용한다는 건 참으로 비열한 짓"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태흠 충남지사 역시 "한 후보의 폭로에 경망스러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 후보가) 부당한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보수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보수 가치에 대한 공감에 의심이 든다"며 "패스트트랙 재판으로 인해 아직도 고초를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한 사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불쾌한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이 도지사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포럼 새미준 정기 세미나에 참석해 "어제같이 (한 후보가) 나경원 후보가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했던 걸 까발린 게 참 기가 막힌 일 아니냐"며 "인재를 아깝게 생각해야 하는데 우리 경북에선 3선이면 왜 이렇게 다 잘라 버리냐. 인재 중에서 당 대표도 하고 최고위원도 해야 한다. 잉크도 안 마른 사람들이 당 대표를 하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한 후보는 이날 SNS에 "어제 '공소취소 부탁 거절 발언'은 '왜 법무부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법무부 장관이지만 개별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라며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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