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목은 가누겠지, 희망 품고 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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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와 뇌병변 장애 등을 가진 진영(가명)이를 어머니가 집에서 돌보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올해 5살이 된 진영(가명)이는 하루의 대부분을 장애인용 보조기구에 앉아 생활한다. 뇌 기능이 20~30% 정도만 살아 있어 혼자서 몸을 가눌 수 없고, 의사 표현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양측 시신경이 손상되는 장애를 얻어 앞을 볼 수도 없다. 진영이가 가진 병명만 뇌성마비·뇌병변심한장애·뇌전증·발달지연·뇌연화증 및 수두증·기타 뇌내출혈·상세 불명의 세균성 수막염 등 7가지가 넘는다.
미숙아로 생후 15일째 고열 등
뇌기능 70~80% 손상·시력상실
몸 못 가누고 의사소통 불가능
"우린 좀 특별한 아이 키우는 것"
부부 서로 북돋우며 버티지만
5세 되자 의료 지원 끊겨 막막
◆생후 15일 만에 닥쳐온 비극
2019년 진영이가 태어나기 이틀 전 엄마는 혈압이 높아져 임신중독증을 진단받았다. 이에 곧바로 출산했고, 2.1㎏의 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나긴 했지만, 다행히 정상 범위 안에서 잘 성장했다.
그런데 생후 15일쯤 늦은 새벽에 진영이는 갑자기 40℃의 고열과 경련, 심정지까지 오는 응급상황에 처했다. 당시 충북 옥천에 거주하던 진영이 부모는 인근 병원을 찾아 응급조치했으나, 검사 결과에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아 대전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40여 분만에 도착한 대학병원에선 진영이가 고열 및 저혈증으로 뇌 손상을 입었고, 응급조치가 빨리 이뤄지지 않아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때의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진영이는 양측 시신경이 모두 손상돼 시력을 잃게 됐다.
70일간의 입원 치료를 받은 진영이는 치료 과정 중 뇌척수에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 등 건강이 크게 악화됐고, 뇌 안에 뇌척수액이 고이는 질병인 '뇌 수두증'까지 판정받았다.
진영이는 서울대병원에서 뇌 수두증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이후,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절망적인 답변을 받았다.
현재 진영이는 뇌성마비와 뇌병변심한장애로 몸을 스스로 가눌 수 없다. 1~2세 정도의 신체 인지 상태로 스스로 앉거나 목을 가누는 등 보호자 없이는 자발적인 신체 움직임도 제한이 있다.
진영이 엄마는 "아기 때 세균성 뇌수막염이 걸렸는데 저희가 너무 몰랐었다. 병원에 너무 늦게 도착해 후유 장애가 심하게 생겼고, 뇌병변으로 심한 장애 등급을 받았다. 지금 뇌 손상이 거의 70~80%로 심하고 시각에 장애가 있고, 구강으로 밥을 먹을 수 없어서 콧줄을 1년 정도 하다가 위루관 수술을 해서 섭식하고 있다"며 "모든 게 처음이어서 모르는 게 많았던 게 너무 미안하다. 병원에 가서도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니까 죄책감이 컸다. 그땐 너무 힘들어서 해선 안 될 생각까지도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진영이네
아이가 크게 아프면서 직업 군인이던 진영이 아빠는 전역하고 현재 타 지역에서 영업사원으로 취직해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빠의 소득으로 인해 제한적인 의료 혜택을 받는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장애 아동수당 외에 부친의 소득만으로 생계비와 의료비, 의료 소모품구입비, 이동비 등을 모두 해결하고 있어 경제적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진영이를 돌보기 위해 대구로 이사하면서 구한 집 대출금까지 상환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의료비 부담이 더 커졌다. 올해 4월까지는 미숙아 보조유형으로 5%의 의료비용만 내면 됐으나, 최근 만 5세 생일이 지나면서 비용 지원이 중단됐다. 특히, 진영이는 뇌성마비로 몸이 계속 굳어질 수 있어 지속적인 물리치료와 재활 치료가 필수적이다. 또 위루관으로 섭식을 하기 때문에 하루에 3~4개의 피딩줄 및 주사기 교체가 필요하고, 기저귀 등 소모품 구입 비용도 들어간다. 진영이가 성장하면서 재활 기기 및 별도의 의료용 침대, 유모차 등도 구입해야 하는데 모든 게 맞춤형으로 제작해야 해 수백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특별한 아이와 함께 밝은 미래 꿈꾸는 가족
심한 장애로 어려움이 많지만 진영이 부모는 항상 희망적이고 밝은 미래를 생각한다.
진영이 엄마는 "남편이 우리는 좀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 거니까 주눅들 필요도, 누구와 비교할 필요도 없이 우리대로 살면 된다고 자주 이야기해서 우리 가족 모두 긍정적으로 작은 것에도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면서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우리 가족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엄마는 "저와 남편이 60세가 넘어 노인이 돼서도 아이를 집에서 직접 돌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조금이나마 편해질 수 있도록 목만이라도 가눌 수 있게 되면 좋겠다"며 "사실 뇌를 많이 다쳐서 안 될 가능성이 더 크지만 아주 느리게 조금씩 좋아지고 있으니, 혹시라도 나중에 아이가 목을 가눌 수 있게 되는 작은 희망을 품고 있다"고 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 전 세계적으로 50여 명밖에 없는 희귀 난치성 질환인 난치성 뇌전증을 동반한 특발성 뇌전증을 앓고 있는 지아(가명·영남일보 5월16일자 9면 보도)에게 영남일보 독자분들이 총 372만원의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 후원금 모금계좌: 기업은행 035-100411-01-431 초록우산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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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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