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후보 패트 공소 취소 청탁 폭로 "선 넘었다"
홍준표 "참 비열한 짓"…이철우 "기가 막힐 일"
한 후보 "신중하지 못했다" 사과에도 파장 계속
19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당원 투표 변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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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 인천 경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이 분열을 넘어 공멸의 위험에 빠졌다. 당권 레이스에서 폭로전이 잇따르면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과 한동훈 후보의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댓글팀)' 의혹에 이어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폭로까지 집안싸움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권여당의 면모를 보이기는커녕 당의 치부만 꼴이어서 전당대회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폭로는 야권에 먹잇감을 던져준 것으로 파장이 만만찮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불꽃놀이처럼 의혹이 터지며 '자폭대회'로 전락한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대미를 장식할 '피날레'는 공소 취하 청탁 의혹"이라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청탁금지법에 따라 나 후보는 수사와 처벌의 대상이며, 청탁받았는데도 신고하지 않고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은 한 후보도 수사와 처벌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지난 17일 CBS에서 진행된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를 향해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 저는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폭로했다. 한 후보의 폭로는 국민의힘을 뒤흔들었다. 경쟁자들이 일제히 한 후보를 비판했고,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나 후보는 "한동훈 후보의 '입'이 우리 당 최대 리스크다"라고 했고, 원희룡 후보는 "무차별 총기 난사다. 이러다 다 죽는다"라고 경고했다. 윤상현 후보도 "선을 넘었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공직자가 직무상 지득(知得)한 비밀을 자기 필요에 의해 상대방 공격 자료로 악용한다는 건 참으로 비열한 짓"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한 후보가) 부당한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보수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보수 가치에 대한 공감에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8일 서울 공군호텔에서 열린 새미준 세미나에서 "(한 후보가) 까발린 게 참 기가 막힐 일"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나왔으면 당원들이 '당을 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나와야 하는데, (유명 가수) 임영웅 보듯이 해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한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한 후보의 폭로가 당권 레이스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19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당원 투표가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관건이다. 일각에선 한 후보의 폭로가 대세론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내부총질이라는 인식을 줬기 때문에 결선으로 가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번 폭로로 한 후보가 언제든 당내 치부를 외부로 드러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겼다"며 "친윤(친윤석열)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결집할 단초를 제공했다"라고 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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