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금리를 잇달아 높이고 있지만 진정시키기엔 역부족
국내 주요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 증가폭이 이달 들어서만 5조 2천억원을 웃돈 것으로 확인됐다. 기준금리 인하 및 부동산 경기 회복에 따른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나서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연이어 높이고 있지만 폭발적인 가계대출 증가세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713조3천72억원이다. 지난달 (708조5천723억원)에 비해 4조7천349억원이 늘었다. 이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6월에도 전월 대비 5조3천415억원 늘어나며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성장폭을 보였다.
가계대출의 급증세를 이끌고 있는 건 주담대다. 5대 은행 주담대 잔액(25일 기준)은 557조4천116억원으로 지난달(552조1천526억원) 보다 5조2천589억원 증가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으로 투자)' 수요가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30% 올라 18주 연속 상승세다.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115)도 2021년 11월(116)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대출 심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하려고 준비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발언했다.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가계대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 관리 강화을 주문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 달에만 은행들이 수차례 대출 금리를 높였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다시 추가 인상 카드를 빼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일과 18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 0.13%포인트, 0.2%포인트 올렸다. 오는 29일에도 추가로 0.2%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15일과 22일 은행채 3년·5년물 기준금리를 0.05%포인트씩 높인 데 이어 오는 29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3%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는 9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꾸준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이 하반기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분간 대출 수요를 진정시키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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