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종목 탈락, 올림픽 흥행 저조
시차 문제로 저조한 경기 시청률
변화하는 미디어 소비 행태, 자영업자들 타격
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진천동 일원에 위치한 '진천먹거리타운'은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평소 이시간이면 오가는 손님들로 인해 크게 붐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
지난 3일 찾은 대구 최대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에는 올림픽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예전 같으면 쉽게 볼 수 있었던 '올림픽 상영' 패널은 온데간데 없고, 호프집의 대형 스크린에서도 프로야구 경기나 뮤직비디오 정도만 나올 뿐이었다. 동성로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 도쿄 올림픽 때 만해도 주류회사 차원에서 다양한 광고 패널을 걸어놓는 등 올림픽 분위기를 한껏 띄웠는데, 이번엔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나 2021년 도쿄 올림픽 때는 우리 대표 선수들의 경기 상영 여부와 함께 예약 문의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씨가 말랐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동성로의 한 맥주 전문점 사장 이모씨(49)는 "카타르 월드컵 땐 줄을 서서 대기하고 문의 전화가 빗발쳤지만, 지금은 새벽 1시를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구기 종목의 부재도 올림픽 특수 실종의 큰 원인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은 축구, 농구, 배구 등 주요 구기 종목들이 예선 탈락하면서 본선 무대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야구는 아예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달성군 화원읍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주변 사장들과 이번 올림픽 특수 실종의 원인을 농담 삼아 황선홍 감독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며 "축구·야구가 올림픽에서 사라지니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파리와 7시간이 나는 시차로 메달권인 8강전과 준결승, 결승 경기가 주로 새벽 시간대에 열림에 따라 평일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발길도 뜸해, 이번 파리 올림픽 특수는 이미 물 건너 간 분위기다.
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정모씨(43)는 "예전엔 가족 단위 손님들도 많았는데, 이번엔 집중도가 높은 경기가 새벽에 열리면서 대부분 집에서 보는 '집관'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했다.
노트북으로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는 모습.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 태블릿, 개인용 컴퓨터 등의 보급으로 개인화된 미디어 소비가 늘어나면서 단체 관람은 잦아들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이러한 변화가 가속화됐고, OTT 서비스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접하는 '나 홀로 시청'이 습관처럼 자리 잡아 단체 관람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는 것이다.
대구 달서구 진천동에서 식당을 하는 최모씨(61)는 "매출이 떨어지는 휴가철에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지만, 크게 실망했다"며 "매출 증대를 위해 금메달 획득 관련 이벤트라도 어떻게 추진해 보려고 하지만,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답답해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