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해수욕장 이용객 반토막
폭염과 해파리 등 자연재해 탓
상인들 허탈감 호소
6일 경북 울진군 망양해수욕장. 여름 특수인데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원형래기자 |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의 여름 특수가 방문객 감소로 허탕을 치게 됐다. 온난화와 맞물린 이상기후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해수욕장들이 피서지로서 명맥을 이어가려면 운영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도내 해수욕장 방문객 수는 지난 2021년 41만 명, 2022년 53만 명, 2023년 68만 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경북 동해안이 힐링과 언택트 관광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주목받은 영향이 컸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바다와 연계한 각종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며 잠재력을 끌어올리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올해 이상기후라는 자연재해 앞에서 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당장 방문객이 급감하며 해수욕장 상인들은 개점 휴업 상황이다.
◆해수욕장 방문객 반 토막
휴가철인 동해안 해수욕장 방문객 수치 감소가 심상찮다. 지난7월 초중순 개장 이후 포항·경주·영덕·울진의 해수욕장을 방문한 피서객 수는 13만5천800명(7월 말 기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지역 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 26만5천여명의 절반으로 급감한 것이다.
특히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의 중심지인 포항의 상황은 심각하다. 포항 방문객 수가 3만6천342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15만5천87명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보다도 적은 방문객 수를 보인다. 올해는 신창해수욕장이 새로 개장해 전체 해수욕장 수가 증가했음에도 방문객이 급감했다.
월포해수욕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 6만9천542명이던 방문객이 5천351명으로 90%이상 급감하면서 가장 높은 감소세를 보였다.
영덕군 역시 7곳의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 수가 지난해보다 약 20% 줄었다. 영덕군은 7월 12일 해수욕장 개장 이후 7월 말까지 5만 5천여 명이 찾아 지난해 7만여 명의 80% 수준에 그쳤다.
울진군 상황도 비슷하다. 7월 12일부터 31일까지 해수욕장 방문객 수는 1만6천40명으로, 전년 동기(2만2천717명)의 70% 수준이다.
◆폭우·폭염 등 이상기후
해수욕장 이용객 감소는 각종 이상기후가 연달아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북 동해안 지역에는 7월 하순까지 강수가 관측되는 등 늦은 장마가 지속했다. 이는 타 지자체들보다 일찍 해수욕장을 개장한 포항에 직접적 타격을 줬다.
포항은 7월 6일 해수욕장 개장 3일 뒤인 9일 하루에만 123.4㎜라는 물 폭탄이 쏟아지는 등 25일까지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마가 끝난 7월 말부터 최고기온 35℃를 넘어가는 폭염이 경북 전체를 덮쳤다. 심각한 폭염으로 해수욕장에 방문객이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심각한 무더위로 인해 바깥 활동 자체를 줄인 영향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해는 해파리라는 복병이 찾아왔다. 일조량 증가와 수온 상승으로 동해안에 해파리 출몰이 급증했다. 지난 5일 기준 해파리 쏘임 신고 건수는 891건이다. 지난해 신고 건수가 고작 6건인 것과 비교하면 해수욕장 피서객 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지난 5일 동해 전 연안에 고수온 예비특보가 발령됐을 뿐 아니라 동해에 상어 출몰이 증가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상인들, 지자체 지원 요청
방문객 급감으로 해수욕장 인근 상인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송성호 영덕군 대진해수욕장운영위원장은 "해파리에 대한 나쁜 소식이 매일 TV 뉴스로 방송되니 바닷가를 찾는 피서객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이어지는 폭염경보와 올림픽도 피서객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영덕 강구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55·강구면)씨는 "피서객 차량은 많아 보이는데 너무 더워서 그런지 식당에는 오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고 했다.
지자체들은 해수욕장과 연계된 행사를 확대하는 등 방문객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해변 콘서트나 물고기잡이 체험행사 등으로 방문객의 발길을 잡는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지 상인들은 보다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통적인 해수욕장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이상기후라는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이상기후 상황에서 해수욕장은 온종일 머물기보다 잠깐 들르는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경주처럼 연계된 관광 인프라가 풍부하고 숙소 등 여건도 잘 갖춰진다면 해수욕장이 피서지로서의 매력을 계속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원형래기자 hrw7349@yeongnam.com
전준혁기자 jjh@yeongnam.com
전준혁
남두백
원형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