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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국가 세력'은 대체 누구인가

2024-08-20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면서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방안을 적극 강구하라"고 했다. 을지훈련을 시작하는 국무회의라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내부를 향한 대통령의 경고성 메시지가 잇따르고 그 강도가 매번 강해지는 건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도 '반국가 세력'이 있다. 그러나 엄격한 법 집행과 높은 공동체 의식에 의해 충분히 관리할 만한 수준이다. 대통령이 강한 어조로 '반국가 세력'을 빈번히 부각하는 건 광범위하고 절박한 위험 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과연 그런가. 윤 대통령은 나흘 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사이비 지식인들은 가짜 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해 유통하며, 기득권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이들이 바로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이라고 지목했다.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 '반국가 세력'이란 하늘 아래 함께 숨쉬기 어려울 정도의 적대 세력에게나 통용되는 어휘다. 그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규정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통령 심리 상태가 오히려 걱정스럽다. 혹 자신에게 비판적인 국민 모두를 척결해야 할 '반국가 세력'으로 보는 건가.

"이젠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오래 묵은 지적은 다름 아닌 여당 내부의 성찰이다. 윤 대통령 자신도 "국민은 늘 옳다"고 하지 않았나. '자유 사회를 교란하는 흉기' '사이비 지식인' '검은 선동 세력'이란 대통령의 분노가 누구를 향하는 건지 혼란스러워 유감이다. 대통령의 '분열적 용어' 사용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신중하고 절제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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