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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시론] 수도권 땅값이 오르는 이유

2024-08-22

[영남시론] 수도권 땅값이 오르는 이유
이은경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지난 이야기다. 돈 좀 있다는 사장님들의 '임장(臨場)'에 동행한 적이 있다. 임장이 뭐예요? 목적이 무엇인지 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따라나선 길이었다. 부자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호기심이 한몫했다. 몇 시간을 걸려 도착한 곳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인근. SK 하이닉스와 협력사 등이 126만 평 부지에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짓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발표되면서 당시 가장 핫한 지역으로 뉴스에 오르던 곳이었다.

에버랜드가 용인에 대한 기억의 전부였던 내가 마주한 용인의 첫인상은 예상 밖이었다. 번듯한 건물 하나 제대로 없는 한적하고 평범한 시골 농촌 마을이었다. 토지거래 허가제니, 관리 처분이니 알 수 없는 용어들이 오가는 가운데 그저 배가 고프고 다리도 아파 집에 돌아가기만 기다리던 나에게 우리를 인솔했던 부동산 중개업자가 사방에 펼쳐진 논밭을 가리키며 엄숙하게 말했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래야 돈을 법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은 모두 무시하세요. 요기에 4차선 도로가 있고, 저기는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서 있고, 여기가 중심 상가입니다." 논밭을 아파트로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그때 사장님들은 뛰어난 상상력으로 대파만 쑥쑥 자라고 있던 땅에서 미래의 도시를 보았을까. '용인 처인구 땅값 전국 평균보다 3배 이상 웃돌아'라는 제목의 최근 기사를 보니 잊고 있던 처음이자 마지막인 나의 임장기(臨場記)가 생각났다.

용인의 땅값이 치솟는 것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정부가 경기도 용인에 2042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나서자 삼성전자는 이에 부응하듯 300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용인 원삼 클러스터까지 포함하면 200개 넘는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기업이 수도권에 자리 잡게 된다.

윤석열 정부 3년 차. 그럴듯하게 지방시대, 국토균형발전을 말하지만 내놓는 정책은 하나같이 수도권 일극 체제를 심화하는 것들이다. 대규모 일자리를 수도권에 만드는 것에 더해 134조원대 수도권 교통정책도 발표됐다. 수도권 광역 급행철도(GTX)를 늘리고 경기·인천에서 서울까지 이동 시간을 30분대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GTX 종착점도 무려 충청과 강원까지 연장된다.

일자리가 늘고 교통이 편리해지면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부동산이 꿈틀대지 않을 수 없다. 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8·8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2029년까지 수도권에 42만7천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도 그린벨트를 풀어 만든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했다. 보금자리주택은 분양가의 몇 배가 뛰면서 '로또 아파트'가 됐고 개발이익 사유화와 국토균형발전 저해라는 심각한 부작용만 남겼다. '차라리 한강을 메워라'는 농담이 뼈를 때린다.

수도권 집중화는 출생률 저하로 이어진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몰리면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과 물가가 오르고, 이는 결혼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키워 출산율을 떨어뜨린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불균형이 결국은 국가 존립을 위협하게 되는 이유다.

첫 임장 때와는 달리, 없는 상상력을 끌어올리지 않아도 이제는 미래가 너무 잘 보인다. 높은 건물과 사람들로 가득한 이 도시의 오래된 미래가. 그 미래가 소멸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이곳만의 소멸이겠는가.

이은경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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