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인재 대표 |
최근 한국은행의 과감한 제안이 반갑다. 서울 상위권 대학 입학정원을 지역별 학령 인구 비율을 반영하여 선발하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로 파격적이다. 연구진은 '강남 출신' 서울대생이 늘어나는 것처럼, 상위권 대학의 '지역 편중'은 대학 내 교육적 다양성을 약화하고, 사교육 환경이 좋은 서울로의 이주 수요를 촉발해 수도권 인구집중, 주택가격 상승,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서울과 비서울 지역의 서울대 진학률을 비교한 결과, 두 지역 간 격차의 약 8%만이 학생의 잠재력으로 설명되고, 나머지 92%는 잠재력 이외 요인을 포괄하는 '거주지역 효과' 때문으로 나타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제도가 도입된다면 교육적 다양성 확보는 물론 한은의 금리 조정보다 수도권 집값이 안정되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해서 화제가 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한은이 구조적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불평등의 원인을 부모의 경제력보다 거주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지역 편중' 해소를 해법으로 꼽은 것이다.
'누가 미국에서 발명가가 되는가?' 2019년 알렉스 벨 등이 발표한 연구에서 저자들은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회를 얻지 못한 아이들을 '잃어버린 아인슈타인'으로 지칭했다. 지금도 발명가로서 큰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수많은 인재가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그 기회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의 보고서는 오늘날 대한민국은 서울에 사느냐? 지방에 사느냐? 거주지에 따른 '불평등'의 심화로 수많은 아인슈타인, 발명가, 혁신가들을 잃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한은의 연구진은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하면, 잠재력을 갖춘 지방인재를 효과적으로 발굴할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앨런의 연구를 인용했다. "인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Talent is Everywhere)." 그는 대학 내 지역적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학문적 재능은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2019년 SK하이닉스가 1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공언할 때 경북 구미에서 땅을 공짜로 준다고 했는데도 용인으로 갔다. 구미로 가면 인재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가 6년째 착공도 못 하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결국, 기업을 키우고, 지방을 살리고,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재가 어디에서 살든 본인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인재는 지방에도 존재한다. 잃어버린 아인슈타인을 찾아라.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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