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V 판매 늘자 배터리 업체 가동률 추락…업계 "당장 영향은 없을 것"
서울 서초구의 한 도로 위를 지나는 하이브리드 차량 모습. 연합뉴스 |
순수 전기차 시대에서 '하이브리드 전성시대'로의 회귀 움직임이 보다 선명해지는 분위기다. 완성차 업계도 순수 전기차 계획을 뒤로 미루고, 하이브리드 개발 전략을 꺼내 들었다.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 보였던 전기차 수요 정체가 생각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지난 1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1~7월 하이브리드 차량 22만여 대를 수출했다. 전년 동기(16만여 대) 대비 35%가량 늘었다. 현대차는 14만1천 대(전년비 58.3%↑)를, 기아는 8만1천여 대(전년비 8%↑)를 각각 수출했다.
지난달(8월)에도 이 흐름은 이어졌다. 현대차의 8월 글로벌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4만5천여 대다. 1년 전 보다 55.5%나 증가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 증가세가 뚜렷했다. 현대차 신형 싼타페, 투싼 판매 호조로 전년 대비 85% 늘어난 1만3천 대를 수출했다.
글로벌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 추이 SK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하이브리드차 시장 규모는 2천718억 달러다. 올해는 2천914억 달러, 2032년엔 5천41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은 7.1%다.
하이브리드 차량 기술을 보유한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시장 파이를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현대차는 최근 올해부터 2033년까지 총 120조5천억 원을 투자, 차세대 하이브리드와 EREV(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 개발 전략을 발표했다.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강화, 점차 증가하는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2028년엔 지난해 글로벌 판매 계획 대비 40% 정도 증가한 133만 대를 판매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세웠다.
또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섞은 EREV는 2026년 말 북미·중국에서 양산을 시작한다. 2027년부터 본격적인 시판에 나선다. 북미 시장에는 8만 대 이상, 중국 시장에 3만 대 이상 공급하는 게 목표다.
친환경차 시장이 순수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로 급선회하면서, 배터리(2차전지) 업계도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확대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됐다.
SK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순수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88~90kWh 수준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1대에 필요한 배터리는 18kWh로 순수 전기차의 20% 수준이다. 하이브리드 차량 1대엔 1.6kWh만큼(2%)의 배터리만 사용된다. EREV엔 30~40kWh만큼의 배터리가 탑재될 전망이다. 이는 배터리가 팔려도 그만큼 양은 대폭 줄어든다는 의미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측은 "전기차 수요 둔화 및 재고 과잉 탓에 국내 배터리 3사 평균 가동률은 50%대까지 추락했다"며 "중장기적으로 이들 3사가 강세를 보일 북미 지역 현지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연기 계획을 추가 발표하면서 배터리(2차전지) 업체들의 투자 전략도 미뤄지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순수 전기차로의 전환은 정해진 미래여서 현재 흐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는 경계의 시선을 보낸다.
대구의 한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나라마다 전기차 시장 사정이나 관점 및 전략이 다르다. 특정 시점이나 공간에 한정하면 자칫 우려를 키울 수 있으나, 크게 봤을 때 순수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며 "하이브리드가 다시 떠오른다고 해서 당장 2차전지 업계에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고 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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