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11억여 원 투자했지만, 이용객 없고 관리 안 돼
남구맛집·지역 축제 연계한 이벤트 할 때만 '반짝' 이용
"비대면 플랫폼 수요 줄어든 데다, 기술도 아직 빈약"
"정보성 콘텐츠는 굳이 메타버스로 이용할 필요 없어"
지난 4일 접속한 메타버스 플랫폼 '대구 도서관' 앱의 통합도서관 광장 모습. 이용자 없이 텅 빈 모습이다. <대구 도서관 앱 캡처> |
지난 4일 접속한 '대구 도서관' 앱의 동구안심도서관에는 '일반 도서 추천' 기능이 있지만, 지정된 도서가 없어 유명무실한 모습이었다. <대구 도서관 앱 캡처> |
지난 4일 접속한 대구 '남구 맛집 메타버스'. 실시간 이용자가 1명으로 집계됐다. <남구 맛집 메타버스 캡처> |
대구 지자체가 지원·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시민들의 이용이 저조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최근 대구시 예산 지원으로 구축된 메타버스 플랫폼 '대구 도서관' 모바일 앱을 내려받아 2시간 동안 실행한 결과, 다른 이용자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앱은 국채보상운동 기념도서관, 북구 구수산도서관 등 6개 도서관의 실제 모습을 재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6개 도서관을 누비는 동안 이용자가 없는 것은 물론 '도서관 메타버스'란 이름이 무색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기능도 찾기 힘들었다.
키오스크를 클릭하면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행사 등 정보를 볼 수 있는데, 이마저도 내려받기를 시도하니 '튕김 현상'이 발생했다.
'동구 안심도서관'에선 도서를 추천하는 책자가 텅 비어있어 관리가 되지 않았다.
대구시는 지난해 사업비 11억6천만 원을 들여 '메타버스 대구 월드'를 구축했다. 지역 특화 지적 재산권(IP)을 활용해 콘텐츠 수요 기관과 기술 보유 공급 기업을 매칭하는 사업으로 추진됐다.
지난해까지 총 3개 과제(도서관·의료마을·시민안전테마파크)를 3개 업체에서 맡아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올해는 2개 과제를 2개 업체가 맡아 추진했다. 의료마을과 시민안전테마파크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지난 7월부터 시스템 재정비를 이유로 운영이 중단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메타버스 사업은 대시민 사업이라기보다 메타버스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예산과 지적 재산권 등을 지원한 사업이다. 그중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시험 삼아 구축해본 것"이라며 "도서관 서비스는 e-book 저작권 등의 문제로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이런 현황을 치밀히 분석해 추후 메타버스 지원 사업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구가 지난 2022년 구축한 '남구 맛집 메타버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역 대표 먹거리 골목인 안지랑곱창골목과 앞산 맛둘레길을 홍보하기 위해 남구는 1천800만 원을 투자해 플랫폼을 만들었다. 매년 플랫폼 유지·보수비로 400만 원이 지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남구 맛집 메타버스를 접속한 이용자는 고작 26명에 불과했다. 취재진이 직접 접속했을 때도 다른 이용자는 없었다. 플랫폼 초입에는 지난 5월에 마감한 퀴즈 이벤트가 여전히 노출된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남구 관계자는 "월별로는 이용자가 적었던 시기가 있지만, 앞산 커피 축제에 메타버스를 활용한 이벤트를 진행해 지난해 연간 누적으로는 접속자가 2만여 명으로 집계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홍보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엔데믹 후 비대면 플랫폼 수요가 줄어든 데다, 사용되는 메타버스 기술이 대중화가 될 만큼 고도화되지 않아 이용이 저조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지자체에서 메타버스를 통해 제공하는 콘텐츠가 정보성이어서 몰입감에 강점이 있는 메타버스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내놨다.
최종민 계명대 교수(행정학과)는 "현재 지자체에서 시도하는 메타버스는 캐릭터가 돌아다니고, 영상과 이미지 등을 보는 정도여서 몰입감이 기존 미디어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맛집, 도서관 등도 굳이 메타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쉽게 관련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만큼 지자체에서 더 많은 고민 후 메타버스 사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박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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