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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바비도

202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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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2010년 9월6일 '오분간' '바비도' 등을 쓴 우리나라 소설가 김성한이 세상을 떠났다. '오분간'의 프로메테우스는 자유를 위해 신에 맞서 싸우고, 영국 제봉공 '바비도'는 종교적 신념을 지키려고 거대 권력에 저항한다.

김성한의 대표작 두 편 모두가 외국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가 '바비도'를 "자유당 정권을 풍자한 것같이 보이기도 하는 작품"으로 해석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의 평가는 '바비도'가 1950년대 발표작임을 알게 해준다. 그런데 평가 문장이 '절대권력'을 풍자한 것같이 보이기도 하는 작품이었으면 이 소설의 창작 시기는 1950년대로 한정할 수 없다. 그 점에 우리 역사의 비극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성리학 아닌 사상을 말하면 바비도처럼 처형되었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는 독립을 말하면 바비도처럼 처형되었다. 독립 후에는 기원전 수백 년 전부터 이미 그리스와 로마의 생활이었던 민주주의가 금기시되었다.

1961년 후에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1965년 '분지'를 발표한 남정현, 1975년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갈망한 김지하, 같은 해 '겨울 공화국'을 발표한 양성우 등 절대권력을 풍자한 문인들은 곤욕을 치렀다.

그 탓에 우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화적 곤욕을 치르고 있다. 페르타 폰 주트너의 '무기를 내려놓으시오',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 보니것의 '제5 도살장' 등 세계적 전쟁소설들 탓이다.

세계적 전쟁을 제재로 한 명작들이 대거 창작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세계적 전쟁 중 하나인 6·25전쟁을 담은 대작이 없다. 한국 작가 아니면 쓰기 어렵다는 점에서 "당신들은 뭣 하고 있냐?"라는 핀잔을 우리는 듣고 있는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바비도처럼 될까 싶은 우려가 자기검열로 작동한 결과일까? 그리스와 영국을 지리적 배경으로 선택한 김성한처럼 남의 나라 이야기를 하는 척하면서 본의의 주제를 담는 노력조차 자기검열로 걸러낸 것일까?

현진건은 "현재에 취재하기 거북하면 주제에 적당한 사실(史實)을 찾아" 역사소설을 쓰라고 했다. '오분간'의 신은 "혼돈의 허무 속에서는 제3 존재의 출현을 기다리라"고 했다. 도(道)가 없는 시대의 소설가는 역사소설을 쓸 일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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