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본사 일부 오송역 이전 추진
대안으로 경주역세권 이전 방안 나와
동경주 "누가 정부정책에 호응하겠나" 분통
문무대왕면 발전협의회·체육회는 한수원 본사 시내권 이전을 주장하는 단체에 대해서 반발하는 현수막을 월성원전 주변에 내걸었다. |
한국수력원자력의 본사 일부 이전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동경주 지역이 또다시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틈만 나면 불거지는 본사 이전 논란이 또 다시 수면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4일 경주시 등에 따르면 경주시는 한수원 본사 일부 부서의 청주(오송역) 이전 대안으로 경주역 일원에 2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10층 규모의 사옥을 조성하거나 인접한 경주대 건물 임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탈 동경주'를 해법으로 내놓은 것이다.
경주시의회 원전특위 부위원장도 한수원의 핵심부서 이전 논란과 관련해 유감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를 위해 타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면 오히려 경주역과 가까운 곳에 사무실을 얻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말했다.
복수의 원전 업계 관계자도 "시간상으로 언제 될지는 모르겠지만 동경주 주민이 납득할 만한 인센티브 등이 주어진다면 한수원 본사는 대규모 주택사업이 이뤄지는 경주역세권으로의 이전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동경주 주민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 꼴'이라며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
김상희 문무대왕면 발전협의회장은 "방폐장 수용에 대한 법적 지원 조건인 한수원 본사 유치를 놓고 툭하면 이전 문제가 불거진다"면서 "동경주 주민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면 이런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경주에서도 한수원 본사 이전 논란은 지속돼 왔다. 한수원 본사 유치가 확정된 직후인 2010년에는 양남면과 감포읍 주민들이 한수원 본사를 도심권으로 옮기는 대신 이들 지역에 다른 발전방안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경주시에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양북면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도 지역 최대 이슈였다. 당시 후보였던 국민의힘 김석기 국회의원은 동경주 주민협의를 전제로 한수원 본사 도심 이전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한영태 더불어민주당 경주지역위원장과 김일윤 경주대 설립자는 도심 이전을 공약으로 내기도 했다.
후보들은 현재 한수원 본사 건물을 교육관·역사관·홍보관 등으로 활용하고 본사를 시내권으로 이전하는 방안과 균형 발전을 위해 본사 일부(스텝 부서)를 떼어내 시내권으로 이전하는 추진안을 꺼내놓았다.
이번에도 문무대왕면, 양남면, 감포읍 등 동경주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고 "원전, 방폐장까지 모두 시내로 옮겨라"며 시내 곳곳에 반대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민간단체인 경주시의정포럼회가 최근 한수원 본사 도심 이전과 관련해 10만 서명운동을 벌였고, 지난달 13일 3만명의 서명을 한수원과 경주시에 전달하려다 문무대왕면 주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오상도 경주시의회 국책사업추진 원전특별위원장은 "한수원 본사 이전 논란으로 동경주 3개 읍면 주민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다"면서 "이런 전례가 생기면 향후 국가정책이나 지방행정에 협조하겠다는 지역이 나오겠는가"고 반문했다.
장성재기자 blowpaper@yeongnam.com
장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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