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때 뇌손상 탓 입퇴원 반복
시각·청각·운동기능 거의 소실
엄마 홀로 가계·양육비 책임져
정부 보조금 다 합쳐도 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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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뇌전증 및 레녹스가스토증후군을 앓고 있는 어린이가 인공호흡기를 단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
"나의 사랑. 나의 천사. 나의 아기. 힘든 순간순간에도 너를 생각하면 이겨낼 수 있었어. 이 세상에 살아가는 날 동안 아낌없이 사랑할게. 우리 곁에서 조금만 더 힘내줘. 아가야 고마워, 사랑해."
역대 가장 무더웠던 여름을 온종일 거실 한편에 자리 잡은 침대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버텨낸 아이가 있다. 이따금 "끙"하는 소리와 눈동자를 조금씩 움직여보기도 하지만 엄마만이 알아챌 뿐이다.
여섯 살 도연(여·가명)이는 감각·운동·자율신경계의 기능 이상으로 최소 24시간 간격으로 2회 이상 경련을 일으키는 뇌전증과 레녹스가스토증후군을 앓고 있다. 출생 당시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과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으로 난치성 뇌전증을 동반한 레녹스가스토증후군을 진단받았다. 이 병은 소아뇌전증 중 약 5%를 차지하며 약물로도 조절하기 매우 어려운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완치 어려운 희귀 질환, 레녹스가스토증후군
도연이는 38주에 몸무게 3.2㎏의 정상적인 태아였지만, 태어날 때 무호흡이 오면서 뇌가 크게 손상됐다. 이로 인해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3개월 가까이 치료를 받았지만, 퇴원 후에도 잦은 경련과 호흡곤란으로 입·퇴원을 반복해야만 했다.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과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 때문에 도연이는 특히나 중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하루에 몇 차례 소리를 내긴 하지만, 귀로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앞도 거의 볼 수 없다. 목 가누기, 착석, 기립, 보행 등 운동 기능이 크게 떨어져 혼자서 움직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24시간 누워서 지내고 있지만, 자신의 주변에 가족들이 있다는 것은 촉각으로 느낀다. 밤이면 자신의 침대 바닥에 잠들어있는 엄마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인지 침대 귀퉁이로 조금씩 움직이기도 한다.
위루관 및 위밴드 시술을 받아 생후 1개월쯤부터 경관으로 섭식하고 있으며, 최근 코로나에 두 차례나 감염된 후부터는 자발적인 호흡이 어려워 기관절개관술을 통한 호흡 보조를 받는 상황이다.
도연이 엄마는 "누워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 보니 척추가 휘고 장기 위치도 변형이 많이 됐다. 특히,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어서 폐 기능이 많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홀로 양육과 경제적 부담 책임지는 엄마
도연이네는 현재 엄마와 언니, 도연이까지 3명이 함께 지내고 있다. 엄마와 별거 중인 아빠는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지금은 소득이 없는 상태여서 생활비나 양육비 등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엄마가 홀로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 도연이를 돌보면서 가게를 운영하기 때문에 수입이 많지 않고, 가게를 차리기 위해서 낸 대출에 대한 부담도 높다.
정부 보조금도 아동 양육비와 장애아동 수당 등을 합쳐 20만원을 받는 게 고작이다. 도연이 출산 전 조산한 이력으로 보험 가입도 안돼 도연이 치료비는 감당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난치성 뇌전증 환아 가정처럼 도연이네도 치료비 외에도 부대 경비 및 의료소모품 등이 큰 부담이다. 산정 특례 대상이지만 도연이가 성장해가면서 자부담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엄마는 "도연이 병원비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큰 아이의 교육비 등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삶에 대한 강한 의지 지닌 도연이네
도연이의 병증과 경제적 어려움에도 도연이와 엄마는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도연이는 2년 전쯤 갑자기 호흡곤란이 발생해 심장이 멈췄던 적이 있다. 가족들의 신속한 응급처치로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병원에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도연이는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알았는지 기적처럼 살아났다.
엄마도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했다. 운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 사업까지 시작할 수 있었다.
엄마는 "도연이는 더 힘이 들 텐데 잘 버텨주고 있다. 덕분에 저 역시 모든 힘든 일을 이겨내고 있다"며 "도연이가 무탈하게 지내준다면 그것보다 더 바라는 것은 없다"고 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뇌성마비 등 일곱 가지 넘는 질환을 앓는 진영(가명·영남일보 7월19일자 7면 보도)에게 영남일보 독자 분들이 총 42만5천원의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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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준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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