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땐 황제만 입을 수 있는 색
벨에포크 시대엔 당시 활기 드러내
유대인 구분 위한 옷에 사용되는 등
유럽선 부정적 이미지 나타내기도
영화선 강렬한 인상 남기는 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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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드레스를 착용한 유제니 황후의 19세기 초상화 <출처: Metmuseum.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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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킬 빌'의 노란색 의상(미라맥스) <보그 제공> |
노란색은 스쿨버스와 병아리, 그리고 교통 주의 표시 등에서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와 주의와 집중을 요하는 서로 다른 의미에서 다수 사용되며 태양의 에너지, 즐거움, 밝음이란 뜻도 갖고 있다. 패션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노란색은 문화적, 역사적으로 다양한 의미와 상징성을 지닌다. 합성염료가 사용되기 전 패션의 역사에서 노란색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여러 원천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비싼 염료 중 하나인 샤프란으로 이는 진한 황금빛의 노란색으로 고대부터 귀한 염료로 사용돼 지중해 및 중동지역에서 고급스럽고 부유한 상징으로 중요한 행사 의복에 사용됐다. 이 외에도 유럽에서 선명한 노란색의 웰, 남아시아의 강황, 식물의 씨앗에서 얻은 카멜론 등 다양한 자연 자원에서 노란색의 주원료가 얻어졌고 산업혁명 이후 합성염료로 대체됐다.
우리에게 익숙하듯 중국 문화에서 노란색은 고귀함,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 여겨져 당나라 이후에는 황제만 입을 수 있는 신성한 색으로 천자의 지위를 상징했다. 동시에 지혜와 정신적 성장, 풍요로움과 번영을 의미했다. 반면 중세 유럽에서 노란색은 종종 부정적인 이미지로 여겨졌다. 이 시기 노란색 배지와 모자는 유대인을 구분하기 위한 차별적 표식으로 사용됐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중에도 나치 독일이 점령한 유럽에서 유대인임을 드러내기 위해 착용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는 금색의 노란색은 고급 의상에 쓰이기도 했지만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 이단자에게 강제로 착용되어 사회적 불명예를 나타내기도 했다.
18세기 이후 유럽에서 노란색은 밝고 경쾌한 이미지로 변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계몽주의가 부상하면서 빛을 진리와 지식의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했고 노란색은 지성의 상징으로 떠올라 빛의 상징으로 패션과 예술에 다수 활용됐다. 로코코 시대 이후 밝고 화려한 색상의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노란색은 실크, 벨벳 등 고급원단에 염색돼 생동감 있고 우아한 패션의 의상에 풍부하게 사용됐다.
19세기 중후반 중상류층은 노란색을 부와 지위를 상징하는 색, 햇빛과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의 색으로 받아들여 화려한 드레스와 의류를 다수 착용했다. 19세기 말부터 1차 세계대전 전까지 이어진 프랑스와 유럽의 문화적 전성기인 벨 에포크(Belle Epoque) 시대엔 과감하고 화려한 색상이 유행하면서 패션에서도 더욱 대담하게 사용됐다. 예술적 트렌드에서도 노란색은 당대의 활기찬 사회적 풍경을 표현하는 데 주요한 색이었다.
1920년대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더 자유로워지고 활동적이게 된 시기로, 당시 직선 실루엣의 짧은 드레스에 노란색은 대담하게 사용돼 전통적 성역할에서 벗어나고 있는 활동적 여성상을 강조하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대두되는 20세기 중반부터 노란색은 주목과 개성을 나타내는 색으로 여러 디자이너에게 다양하게 사용됐다. 특히 1960년대 기성세대와 확연히 차별되는 영(young) 패션에서 청년 문화와 혁신의 정신을 나타냈고, 팝아트 등 예술분야에서도 선명하고 대담한 색상의 유행으로 노란색의 범위는 더욱 확장됐다. 이렇듯 노란색은 20세기 들어 에너지, 낙천성, 창의성을 의미하는 범위로 확장되었고, 눈에 띄는 주목성으로 강조, 경고와 주의를 나타내어 안전과 관련된 옷과 장비에 다수 사용되고 있다.
우리에게 기억에 남는 노란색 의상은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캐릭터의 성격, 감정 상태, 영화의 주제를 강조하는 데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2003년도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킬 빌(Kill Bill)에서 우마 서먼이 연기한 주인공은 노란색 트랙슈트를 입고 복수의 여정을 떠난다. 이는 1978년 영화 사망유희의 브루스 리의 의상을 오마주한 것으로 시각적으로 매우 두드러지는 강열한 인상을 주면서 주인공의 확고한 결단력과 강인함을 나타낸다.
반면 영화 라 라 랜드(La La Land)에서 영화 초반 엠마 스톤이 연기한 주인공 미아(Mia)는 밝은 노란색 드레스로 그녀의 낙천적이고 긍정적, 활기찬 성격, 그리고 그녀가 꿈꾸는 열망을 상징하면서 긍정적이고 희망찬 분위기를 나타낸다. 남푸른빛의 배경과 신비롭게 대비되면서 노란색 드레스는 관객의 시선을 그녀에게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도 주인공의 노란 드레스는 순수한 아름다움, 새로운 시작, 긍정적 에너지를 뿜으며 희망과 사랑을 표현하는 중요한 시각적 요소로 작용했다.
영화에서 남성의 노란색 패션으로 유명한 배우는 짐 캐리다. 1994년도 영화 마스크(The mask)에서 그는 샛노란색의 중절모, 상하 슈트를 착용해 강한 시각적 주목성과 인위적이면서 유쾌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반면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에서 노란색은 영화 로고, 주인공의 패션, 배경에도 사용돼 주인공이 갇혀있는 인위적이고 조작된 세계를 시각적으로 암시하며, 어린이와 같은 트루먼의 상태를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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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
이와 같이 노란색은 현대 패션에서 밝음과 에너지, 시각적 주목성의 대표적인 색으로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양한 의미와 상징성을 나타내며 때론 젊은 에너지를, 때론 인위적이고 강렬함을 기억에 남기고 있다. 눈에 띄는 강렬함으로 일상 패션에서 잘 찾아볼 수는 없지만 노란색의 작은 소품으로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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