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한동훈, 왜 윤 대통령에게 독대 요청했나

24일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 직전 독대 요청해
산적한 현안 해결 및 국면 전환 위한 승부수 평가
대통령실 회신 없어, '독대가 외레 독 될라' 고민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며 마중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예정된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직전 '양자 회동'을 제안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의정 갈등 해법을 비롯해 산적한 현안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독대를 요청했다는 전언이다.

독대가 성사될까. 대통령실의 회신은 아직 없는 상태다. 고민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설이 퍼진 만큼 거부하기 어렵게 됐다. 독대를 거부했다간 '당정 갈등' 해결을 위해 내민 손을 뿌리치는 모양새가 된다. 가뜩이나 당정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도 마찬가지다. TK의 한 의원은 최근 추석 지역 민심을 전하면서 "당정 갈등으로 당이 흔들리다 보니 민주당의 폭주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상당했다. 힘을 합치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한 대표나 윤 대통령 모두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하다.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선출된 한 대표는 아직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의정 갈등의 경우, 한 대표가 중재자를 자처하며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오히려 대통령실과의 불협화음만 노출됐다. 또 본인이 약속한 '제3자 추천 해병대원 특검법'은 당내 이견에 부딪혀 진척이 없다. 윤 대통령도 의정 갈등뿐 아니라 부인인 김건희 여사 문제로 곤혹스러운 처지다. 거대 야권의 입법 폭주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민적 지지를 국정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데,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실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과 국민의힘 지지도, 한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가 동반하락하고 있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은 당 안팎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당과 자신 모두에게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당정이 힘을 합쳐야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독대를 통해 '합의안'을 만든다면 차기 지도자로 정치력을 입증할 수 있고 당내 영향력도 커지게 된다. 대통령과의 갈등설까지 잠재울 수 있다.

변수는 김건희 여사 문제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독대에서 김 여사 문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여사 리스크'가 논의된다면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자칫 더 큰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야권이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 파상공세를 펼치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독대의 후유증도 염두에 둬야 한다. 독대에도 꽉 막힌 정국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 대표나 윤 대통령 모두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된다. 윤 대통령, 한 대표, 국민의힘이 '위기의 시간'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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