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록 대구대 초빙교수 |
오늘 아침 산책길에 낙엽이 하나 떨어졌다. '일엽락 천하지추'는 중국 고서 '회남자'에 나오는 말이다. 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온 천하가 가을임을 안다는 의미로, 작은 변화를 보고 전체를, 가까이 있는 것을 보고 미래를 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엽락에서 만산홍엽(萬山紅葉)은 경험상 예측할 수 있지만,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즉 미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영화 원더랜드를 보면 주인공 바이리(탕웨이)는 불치병으로 죽음을 맞이하지만, AI가 되어 매일 딸과 영상 통화를 하며 엄마의 역할을 계속한다. 오래된 연인인 정인(수지)과 태주(박보검)의 이야기도 있다. 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태주를 AI가 대신해, 정인의 연인 역할을 하며 일상을 지탱해준다. AI가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재현해 떠나간 사람과의 재회를 가능하게 만드는 미래 세계를 그린 원더랜드의 이야기가 과연 먼 미래일까?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AI는 특정한 작업에 특화된 형태로, 이미지 인식, 자연어 처리, 자율 주행 등 한정된 작업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주는, 이른바 '약 인공지능(ANI, 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이다. 예를 들어 NotCo라는 회사의 AI 'Giuseppe'는 수많은 식물성 성분을 분석해, 맛과 질감이 기존 동물성 식품과 유사한 대체 식품을 개발하는데, AI가 우리의 일상에 실질적으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의 ANI는 시작에 불과하다. AI는 빠르게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으로 나아가고 있다. AGI는 특정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같은 수준의 사고력을 발휘하는 AI로, 인간과 AI의 관계를 단순한 도구에서 벗어나 지적 파트너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월, 구글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2005년 세계적 베스트셀러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의 속편인 '특이점이 더 가까워졌다(The Singularity is Nearer)'를 출간했다. 그는 후속 저서를 통해 AGI의 출현 시기를 2029년으로 예측하며, AI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추기 시작하고, 2030년이면 원더랜드와 같은 죽은 사람들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지며, 더 나아가 인간이 기계와 합쳐져 사이보그가 되는, '가상 불멸(virtual immortality)'이라는 개념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45년경 AI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의 시대가 올 것이라 내다봤다. 이때 AI는 '초인공지능(ASI,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으로 인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와 문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영화 원더랜드처럼, AI는 앞으로 우리의 일상과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 AI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윤리적 지침과 규제가 필요하다. 둘째, AI 시대에 맞춰 교육시스템을 개편하고, AI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 셋째, AI 기술의 혜택이 일부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포괄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모든 사람이 그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경험상 알고 있다. 일엽락에서 만산홍엽으로의 변화는 전면적이고 급격하며 불가역적이라는 것을. 지금 AI의 발전으로 인한 변화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이런 변화에 준비되어 있는가?
전창록 (대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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