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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옛 것의 귀환 '레트로' 열풍(1) 아날로그엔 낭만이 있다

2024-09-27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옛 것의 귀환 레트로 열풍(1) 아날로그엔 낭만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선명하지 않지만 그래서 아련한 필름 사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LP 음악, 헌책 사이에 꽂혀 있던 오래된 편지 한 장…. 한때는 당연하고, 또 한때는 잊혀가던 것들. 그런 오래된 것들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왜 빛바랜 것들을 다시 찾을까. 효율이 중요한 시대에 이런 것들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낡고, 느리고, 불편하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그래서 더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낭만'이 있으니까.

'낭만'은 곧 '향수'다. 새로운 것들이 넘쳐나지만 자연스레 옛 감성에 끌린다. 단지 복고풍 때문은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인간적인' 경험까지 느낄 수 있어서다. 각박한 현실에 부딪힐 때면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에 잠길 때가 있다. 요즘 사람들도 그렇다. '빨리'가 중시되는 세상에 지쳐버린 이들이 과거의 것을 찾으며 따뜻한 감정을 채우는 것이다. 당대를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까지.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옛 것의 귀환 레트로 열풍(1) 아날로그엔 낭만이 있다
LP 음악이 나오는 위스키 바. 턴테이블과 다양한 LP 앨범들이 구비돼 있다. <독자 제공>

예컨대 우리가 손에 쥔 필름 카메라는 단순히 추억을 기록하는 도구가 아니다. 추억은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 한 번으로도 기록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편함을 감수해가며 필름 카메라를 쓰는 것은 '낭만'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필름을 골라 끼우고, 36장을 다 쓸 때까지 한장 한장을 소중히 여기며 신중히 셔터를 누르고, 사진이 어떻게 나온 지 모른 채 설렘을 안고 인화하러 간다. 귀찮고 번거로운 과정이지만 결과물을 천천히 기다리는 그 시간 속에서 순간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끼게 된다. 그 불완전함이 사진 한 장에 더 큰 의미를 만들어준다.

최근 헌책방을 찾았을 때도 상태 좋은 책이 아닌 빛바랜 책을 샀다. 황지우의 시집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의 초판을 찾았다. 나온 지 40년 가까이 된 낡은 책을 찾은 이유도 역시 '낭만'에 있다. 오래된 시간만큼 사람의 흔적과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책장 사이사이 남겨진 밑줄과 메모, '대구교대 일요문학회의 어떤 이'에게 보낸 오래된 편지 등으로 세월의 흐름과 한때 이 책을 소유한 누군가의 감정까지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낭만 때문에 과거의 것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힙'하고 세련되게 다가오는 것이다. 옛 물건으로부터 시작된 노스탤지어는 이제 대중문화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몇 달 전 일본 도쿄돔에서 국내 아이돌 그룹의 멤버간 선보여 화제가 됐던 '푸른 산호초' 무대가 뇌리를 스친다. '푸른 산호초'는 일본 버블경제 시절 영원한 아이돌로 불린 '마츠다 세이코'의 대표곡이다. 일본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한국인들에게까지 입소문을 타 '레전드' 무대로 불리고 있다.

세월에 휩쓸려 잊고 있던 감정을 깨우는 신선함은 그 시대를 거친 이들은 물론 거치지 않은 이들에게도 새롭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행들이 여러 사람의 감성을 자극해 다시 그려지고 있다. 그 모습을 들여다봤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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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기자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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