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한양대 공학대학원 겸임교수) |
최근 기후위기가 점차 심화되고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탄소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관련하여 지난 10일 휘발유·LPG 등 수송연료와 석탄 등의 화석연료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기본소득 탄소세법'(탄소세법안·탄소세의 배당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동법의 주요 내용은 탄소배출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1t당 8만원의 탄소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탄소세(Carbon taxes)는 배출권거래제(ETSs)와 함께 탄소 배출시 비용을 지불하게 하여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는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의 대표적인 정책 수단이다. 때문에 탄소세 도입으로 인해 산업부문의 탄소 배출량 감축에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그로 인한 국내 경제 성장, 물가, 수출 경쟁력 등에 부정적인 효과와 파급력이 있을 수 있어 입법에 있어서는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전 세계 국가별 탄소가격제 도입 현황은 어떤가. 세계은행(World Bank)의 탄소가격제 도입 운영현황을 살펴보면(2024년 9월26일 현재), 탄소세는 주로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39개국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의 경우 36개국에서 운영하고 있으나 국가 단위가 아닌 일부 또는 지역단위로 시행하고 있는 국가가 많다.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 모두 기업, 경제 등에 영향이 커서 캐나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만 동시에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인접 국가인 동북아시아 주요국의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이미 2015년부터 국가 단위의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13년부터 상하이 등 8개 지역 시범사업을 통해 2021년부터 국가 단위의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탄소세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2년부터 탄소세의 일종인 '지구온난화대책세'를 도입하고 있으나, 배출권거래제는 2026년 도입할 예정이고 2033년부터 발전산업을 대상으로 유상할당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중국, 일본 역시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한편 유럽연합(EU), 국제해사기구(IMO) 등의 탄소세 도입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EU에서는 2023년 10월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했는데, 철강 등 6개 품목의 탄소 배출량에 대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탄소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7월 국제해사기구(IMO)에서 '2023 IMO 선박 온실가스 감축 전략' 채택에 따라 2027년부터 해운 분야에 탄소세가 도입될 예정이다. 한국은 철강업, 조선업·해운업 등 대외 무역 중심의 수출국가로서 수출 경쟁력 저하 등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국내 탄소세 도입은 아직은 시기상조다. 물론 그 도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최소한 입법은 시의적절해야 한다. 잘못된 입법을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기에 절대로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탄소세 도입을 위한 성급한 입법이 아닌 국내 여건, 국외 주요국의 동향과 그에 따른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입법을 위한 숙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한양대 공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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