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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기소편의주의 遺憾

2024-10-03

독일은 기소법정주의 채택
프로야구 ABS 성공적 안착
모든 선수 똑같은 조건 적용
검찰도 균형적 기준점 필요
도이치 주가조작 결론 관심

[박규완 칼럼] 기소편의주의 遺憾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은 성문의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한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죄와 벌을 자의적으로 규정하는 죄형전단주의에 대칭하는 개념이다. 근대 형법학의 아버지 포이어바흐는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형벌도 없다'는 말로 죄형법정주의의 메타포를 남겼다. 봉건세력과 절대왕정의 죄형전단주의를 비판한 17~18세기 계몽주의가 사상적 초석을 놓았고, 1810년 프랑스 나폴레옹 형법전에 죄형법정주의를 최초로 명문화했다.

대한민국도 헌법 12조에 죄형법정주의를 명문화하고 있다. 다만 우리 형사소송법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했다. 검사는 형법 51조에 의거, 범인의 연령·성행·지능·환경 및 범행 동기 등을 고려해 기소 또는 불기소를 결정할 수 있다. 법원에 심판을 구하는 공소 제기 행위가 오롯이 검사의 재량인 셈이다. '검사의 힘'은 형사소송법 247조에 규정된 기소편의주의와 246조의 기소독점주의에서 나온다는 말이 괜한 게 아니다. 독일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기소법정주의는 법적 요건이 충족되면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검사의 공평함'을 전제한다면 다소 기계적인 기소법정주의보다 기소편의주의가 합리적이고 인간적이긴 하다.

문제는 검사의 자의적 판단과 편향성, 정권에 쉽게 굴종하는 대한민국 검찰의 관행이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여부는 검찰이 4년 넘게 처분을 미루며 뭉그적거리고 있다. 기소를 하자니 살아있는 권력 '용산'이 어른거리고, 불기소로 뭉개자니 국민이 눈에 밟히는 처지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명품백 사건을 두곤 최재영 목사는 "위법했다"며 형벌을 청하고 검찰은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덮으려는 웃지 못할 희극이 펼쳐졌다. 두 차례의 수사심의위원회 결론이 엇갈렸지만 검찰은 김 여사와 최 목사 모두 불기소로 가닥을 잡았다. 기소편의주의의 제도적 보정장치 수사심의위원회가 형해화되는 순간이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비 10만4천원을 결제한 김혜경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세세한 검찰의 눈썰미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겐 대법원 양형기준 상한인 2년 징역형을 구형했다. 강단 있고 기개 넘치는 검찰? 당선을 목적으로 하는 허위사실 유포의 구형량은 통상 벌금 200만~800만원이다. 벌금 100만원이 당선 무효형인 선거법 위반에서 실형 구형은 드문 사례다.

올해 우리 프로야구는 세계 최초로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자동볼판정시스템)를 도입했다. 초반엔 논란이 있었다. 타자가 도저히 칠 수 없는 하이 커브볼이 스트라이크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ABS는 야구팬의 감정 소모를 야기하는 볼 판정 시비를 잠재웠다. 모든 조건이 모든 선수에 똑같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검사에게 ABS 같은 기계적 판단을 바라진 않는다. 그래도 최소한의 균형적 벤치마크는 필요하다. 정권친화형 고무줄 잣대를 특히 경계해야 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김건희 여사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40차례 통화 등 감춰진 서사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주(錢主) 손씨는 방조죄로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야권에선 김 여사의 경우 방조죄를 넘어 공동정범이라며 날을 세운다. 검찰은 김 여사에게 방조죄를 적용하고 기소할 수 있을까. 검찰의 결론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것이다.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논쟁이 불거질 개연성도 있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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