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5일까지 갤러리전에서…20여점 선보여

정현 작가는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조형 예술학 박사를 취득하고, 파리 에콜 데 보자르(Beaux)에서 카보런덤(Carborundum) 판화를 공부했다. 이후 30여 간 프랑스 미술계에서 판화로 명성을 쌓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원화 12점을 포함해 판화 20여 점을 선보인다.
'어떻게 하면 다른 판화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된 그의 열정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판화의 세계를 구사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정현 작가는 일반적 판화 제작 방식의 장점을 포기한 오직 1점의 판화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독특한 '1대 1 제작 방식'은 판화기능의 새로운 해석이자, 유일 작품인 회화의 장점을 동시에 살리는 기법이다.
판화의 제작 과정을 거치나 결과물은 회화에 가깝다. 그는 같은 종이에 7~8번의 색을 중첩시키기도 하며 이 과정에서 스며들고 쌓인 색들로 전혀 다른 질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두 장르의 융합과 동양화의 숨결로 태어난 그의 작품들은 오랜 시간을 품은 듯 아련하고 고풍스럽다.
정현 작가는 작고 흔한 것들의 소중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꽃과 꽃잎, 나무, 산 등 자연 대상물을 표현한다.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는 동양화의 결과 닮아있다.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받은 영감과 기억의 원천에 작가의 정체성이 스며들며 자연스럽게 서양의 판화에 동양의 숨결을 입힌 독특한 작품이 탄생했다.
원본이 가진 매력을 살린 독특한 작업과 함께 작품의 주요 대상물과 어우러지는 여백을 채운 한글은 작품에 운율을 더한다. 프랑스 동양 박물관에서 일하면서 느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작품에 한글을 넣게 된 계기가 됐다. 판화의 가능성을 꾸준히 실험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이번 작품에는 시적인 감성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 고국에 대한 향수가 담겨있어 눈길을 끈다. (053)791-2131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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