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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축구협회의 '몰염치 증후군'

2024-10-10

불공정·불투명·절차 무시 '3불'
국가대표 감독 선임권한 위임
절차상 하자, 축협 정관 위반
정몽규 4연임 시도 가당찮아
鄭·洪 知止止止 의미 새겨야

[박규완 칼럼] 축구협회의 몰염치 증후군올해의 몰염치 대상(大賞)감을 뽑는다면 누구에게 돌아갈까. 아마도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유력 후보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음주운전, 뺑소니, 거짓말, 증거인멸, '술타기' 수법에 '배째라 공연'까지. 몰염치 행각의 총합을 시전했다. 매니저가 김씨의 옷을 입고 경찰에 허위 자수하고, 김씨 소속사는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칩을 빼돌렸다. 형사사법체계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며 국가 규율을 우롱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특가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 김호중에게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다.

몰염치 그랑프리의 기관·단체 부문에선 불공정, 불투명, 절차 무시 등 '3불'의 대명사로 꼽히는 대한축구협회가 단연 발군이다. 국민여론과 팬심을 아랑곳 않는 뻔뻔함은 기본이다. 재임 12년간 축구협회의 시스템을 망친 정몽규 회장의 4연임 시도부터 몰염치하다. 어느 조직이든 무능한 리더의 장기집권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무능·무원칙·불공정한 데다 팬과의 공감능력도 없다"(박문성 축구해설위원). 2022년 1월엔 정 회장이 오너로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이던 광주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가 붕괴되며 6명이 사망했다. 공분을 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면 공인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순리 아닌가.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 때도 축구협회는 자료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아 여야 의원 모두에게 질타를 받았다. 의원들 질의에 정 회장은 동문서답, 변죽 울리기,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정 회장은 축구협회 사유화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동부건설이 시공하는 천안축구종합센터 건설 현장에 왜 HDC현대산업개발 직원이 나가 있나. 축구협회 문서에 HDC가 왜 자꾸 등장하나.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은 축구협회 '3불' 현상의 압축판이다. "일부 전력강화위원이 외국인 감독 무조건 반대의사를 드러내고 홍 감독을 임명하자는 식으로 회의 분위기가 흘러갔다"(박주호 전력강화위원). 축구협회를 감사했던 문체부는 "이임생 기술이사에게 감독 선임권한이 있다는 축구협회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감독 선임권한 위임의 절차상 하자, 축구협회 정관 위반 문제는 국회 문체위원회 현안 질의에서도 지적됐다.

외국인 감독과 달리 홍 감독은 프레젠테이션이 생략됐고 정상적인 면접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이임생 이사가 늦은 밤 홍 감독 자택 인근 빵집에서 만나 감독직 수락을 부탁한 게 전부다. 홍명보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을 냈고, 2016년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 감독 때는 16개 팀 중 15위로 마감해 팀이 2부리그로 강등됐다. 실력과 성과가 검증되지 않은 감독에게 외국인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며 읍소한 저의와 배경이 자못 궁금하다. 정몽규 회장이 점지하면 누구라도 국대 감독이 가능하다? 아니면 특정대학 카르텔의 힘?

국가대표 감독 최종 후보 3인을 추릴 때의 점수표와 채점 기준, 회의록은 왜 공개하지 않나. 걸핏하면 둘러대는 '개인정보 보호' 타령도 이제 지겹다. 축구협회는 정 회장과 홍 감독 관련 기사에 도배되는 댓글들이 어떤 내용인지 알고는 있나. 그게 여론이고 팬심이다. 국민이 거부하고 축구팬들이 싫다는데 막무가내 버티어 본들 상황이 나아지진 않는다. 정 회장과 홍 감독에게 추천하고 싶은 맞춤형 사자성어가 하나 있다. 도덕경 44장에 나오는 지지지지(知止止止)다. 멈출 때를 알고 멈춰야 할 때 멈춘다는 뜻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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