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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불어 혼종 외국어 뒤범벅 된 대구 아파트·산업단지들…우리말 보다 세련돼 보여서?

2024-10-09

외래어 아파트에 외래어 지명 더해져 '혼란'
전문가 "외래어가 세련됐다는 인식 벗어나야"

영어·불어 혼종 외국어 뒤범벅 된 대구 아파트·산업단지들…우리말 보다 세련돼 보여서?
이름에 외래어를 사용하는 '수성 알파시티'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지역 아파트와 산업단지 명칭에 국적불명의 외국어가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르기에도 길고 불편한 외국어나 무분별한 신조어보다 우리말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2024~2025년 대구에 입주했거나 입주 예정인 아파트 이름을 분석한 결과, 59개 아파트 중 '대봉 서한 이다음'을 제외한 58개 아파트에서 외국어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 58개 아파트 이름으로 '센트럴' '센트레빌' '센트리엘' '프리미어' '트레힐즈' 등 우리 말로 '중심' '최상' '보물'을 뜻하는 단어가 주를 이뤘다.

아파트들이 외국어를 사용하면서 우선 글자 수가 길게 늘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58개 아파트명의 글자 수는 평균 9.42자였다. 이 중 '영대병원역 골드클래스 센트럴' '북구청역 푸르지오 에듀포레' 등은 글자 수가 13~14자에 달했다. 여기다 '에듀포레'는 교육을 뜻하는 'Education'과 숲을 뜻하는 'Forest'를 합친 합성어로, 일종의 줄임말이다.

외국어로 된 아파트 이름이 외국어 이름을 가진 산업단지 등 지명과 결합하는 사례도 있다. 달성군에 있는 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는 기술을 뜻하는 'Technology'와 도시를 뜻하는 'Polis'의 합성어다. 이곳에 있는 '대구 테크노폴리스 예미지 더 센트럴'은 글자 수가 무려 14자에 달한다. 수성구 '수성알파시티'에도 '수성 알파시티 동화 아이위시'라는 12자 이름의 아파트가 존재한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대구시에서 개발하는 산업단지와 신도시 등 이름에도 외국어가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수성알파시티' '이시아폴리스' '안심 뉴타운' 등이다.

현재 대구시에서 개발을 추진 중인 신도시 '금호 워터폴리스' '대구 스카이시티'도 외국어 일색이다.

주민 오태현(27)씨는 "'대구 테크노폴리스 예미지 더 센트럴'이라는 아파트 이름은 지명까지 외국어여서 더욱 혼란스럽다"며 "지나친 외국어 사용은 발음하는 것은 물론 인지하는데도 힘들어 오히려 부작용만 부채질 한다"고 지적했다.

김덕호 경북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외국어를 사용하면 세련돼 보인다는 왜곡된 인식이 부동산업계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다"며 "우리말에는 뜻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부르기에 아름다운 것들이 많이 있다. 실제로 대전시에선 아파트 이름에 우리말을 쓰는 문화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우리말 사용을 권장하는 정책을 만들거나, 주민 공모를 통해 지명을 짓고 좋은 이름을 포상하는 등 우리말을 사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해나간다면 조금씩 지역사회에서 우리말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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