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41016010002080

영남일보TV

[영남타워] 월드컵 4강 신화와 한강 신화

2024-10-17
[영남타워] 월드컵 4강 신화와 한강 신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는 의미 있는 낙수효과를 가져왔다.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이었다. 한국 축구는 변방에서 세계무대의 중심에 섰다. 박지성, 이영표, 송종국, 설기현, 이청용 등이 해외로 진출했다. 이후 수많은 해외파 선수들이 등장했다. 지금은 손흥민, 이강인 등이 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박지성, 손흥민은 월드클래스로 성장하며 국격을 높였다. 새롭게 정비된 축구 인프라에 힘입어 체계적인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K-리그에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두꺼워진 팬층은 흥행으로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에도 누적 유료 관중 200만명을 돌파했다. 모든 것이 월드컵 4강 신화의 낙수효과였고, 일시적인 신드롬이 아닌 지속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책은 6일 만에 판매량 100만부를 돌파했다.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은 한강의 이름뿐이다. 여전히 책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독자들이 많다. 독서와는 거리가 멀었던 이들도 '의무감'에 읽는다고 한다. 신드롬을 넘어 월드컵 4강에 버금가는 신화나 다름없다.

모처럼 찾아 온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한강 신화'가 의미 있는 낙수효과로 이어져야 한다. 한국의 작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박지성-손흥민-이강인으로 이어진 해외파 계보처럼, '제2의 한강'이 나올 수 있는 제도적 정비도 절실하다. 인기가 시들해진 국문학과와 문예창작과에 대한 인식 전환도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출판시장의 활성화와 독서 열풍으로 이어져야 이번 이벤트는 완성될 수 있다.

물론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지속적인 책 읽기로 확산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책을 멀리하는 시대적 현실이 참혹하기 때문이다.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중 일반도서를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종합독서율'은 43.0%에 그쳤다. 1994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이벤트만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문해력 논란이 일고 있는 현실은 회의적인 시각을 더 짙게 한다.

그동안의 수차례 경험도 있었다. IMF 외환위기 당시 김정현 작가의 소설이 불을 지핀 '아버지 신드롬'은 독서열풍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2016년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신드롬'도 오래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수상은 다르길 바란다. 노벨문학상이라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범국가적인 지원 방안이 벌써 논의되고 있다. 남은 건 독자들의 몫이다. 월드컵 4강 이후 축구에 대한 관심이 K-리그로 이어진 것처럼, 책 읽기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서습관을 길러야 한다. 특정 이벤트가 있을 때, 수상작만 읽는다고 독서습관은 생기지 않는다. 작가들이 엉덩이로 글을 쓴다고 말하는 것처럼 독자들 또한 꾸준히 읽어야 한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맞는 작가를 찾고, 책 읽기의 스펙트럼을 넓혀가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독서는 하나의 문화가 되고 한강 신화는 의미 있는 낙수효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이틀 전, 한강 작가의 책 3권과 다른 작가의 신간 3권을 구매했다. 작은 밑돌이라도 놓는다는 뜻에서였다.
백승운 문화부장
기자 이미지

백승운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